저축은행의 구조조정이 사실상 마무리됐지만, 아직 저축은행이 가야 할 길은 멀다. NPL(고정이하 부실채권)이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부업체 대출 등에 치중하다가 부실이 늘어나다 보니 부실 정리와 함께 영업기반도 모두 사라진 탓이다. 특히 연쇄 지급불능에 따른 대국민 신뢰도 하락은 저축은행 업계가 금융업을 지속하기 어려울 만큼 치명적이었다는 분석이다. 금융당국도 저축은행이 한동안 성장 모멘텀을 찾기가 사실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서민금융기관인 저축은행이 금융업계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면 국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저축은행들이 서민금융이란 설립취지와 달리 NPL, 부동산 PF 등에만 치중하자 서민들은 저축은행을 이용하지 못하고 대부업이나 사채시장으로 밀려나면서 고금리에 시달려야 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이 ‘관계형 금융’을 통해 서민금융기관으로서 환골탈태할 때가 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금융당국이 ‘관계형 금융’을 저축은행의 발전방향으로 보는 이유는 뭘까. 우선 관계형 금융같은 지역밀착형 영업이 시중은행과 경쟁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틈새시장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은 지점 설치 규제가 거의 없다 보니 대부분 전국의 모든 지역에 지점을 두고 있다. 하지만 저축은행은 영업 지역이 특정 지자체로 한정된데다 지점 설치 규제 역시 엄격해 영업 인프라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시중은행에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특정 지역에서 오래 영업을 해온 만큼 지역 토착민들을 은행들보다 더 잘 알수 있어 고객과 소통을 통한 밀착 영업이 가능하다.
이에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의 장점을 살리고자 저축은행 발전 방안으로 관계형 금융을 선택한 것이다. 지점 규제를 완화한 것도, 저축은행이 취급할 수 있는 서민금융상품의 종류를 다양화한 것도 이들의 지역밀착형 영업을 돕기 위해서다.
실제로 관계형 금융을 주로 했던 중소형 저축은행(53개사)은 좋은 성과를 보이고 있다. 이들 저축은행은 지난해 하반기 14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고, 이들 중 66%인 35개사가 흑자를 기록하기로 했다. 같은 기간 전체 저축은행이 4000억원의 적자를 냈고, 자산규모 1조원 이상인 36개 대형 저축은행의 흑자비율이 33%임을 고려하면 놀라운 성과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중소형 저축은행 중 비재무적 평가를 비롯한 현장 위주의 영업으로 내실을 다진 저축은행이 양호한 실적을 달성했다”며 “그만큼 관계형 금융에 있어 저축은행이 강점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소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