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박근혜 대통령은 25일 오전 방한 중인 마스조에 요이치(舛添要一) 일본 도쿄도지사를 접견한다. 마스조에 지사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핵심 측근으로, 사실상 아베 총리의 ‘특사’ 성격으로 박 대통령과 면담을 하는 것이어서 경색된 한일 관계를 푸는 데 어떤 역할을 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24일 기자들과 만나 “도쿄도지사의 희망에 따라 내일 오전 중으로 박 대통령을 예방하는 일정을 추진 중에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초청으로 전날 한국을 찾은 마스조에 지사는 도쿄도지사로선 18년만에 공식 방한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방한한 도쿄도 지사는 1996년에 왔던 아오시마 유키오(靑島行男) 전 지사였다.

미스조에 지사의 박 대통령 접견은 군 위안부 문제,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헌법 해석 변경 등 아베 정부의 ‘독주’가 동북아 정세를 요동치게 하는 상황에서 이뤄지는 것이어서 단순히 일본 지방자치단체장의 행보로 해석하기엔 부족하다.

민 대변인은 “한일 관계가 경색 국면에 들어가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국 지자체간 교류와 협력이 이루어져서 양국 국민의 우의가 증진되고 양국 관계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마스조에 지사는 전날 박원순 서울시장을 만나 도시안전ㆍ환경ㆍ보건복지 등 6개 분야 협력에 관한 합의를 한 바 있다.

청와대 측은 마스조에 지사의 박 대통령 접견이 1차적으론 한일 지자체간 협력 증진에 보탬이 되길 바란다는 입장이지만, 국가 차원의 관계 복원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와 관련, 박 대통령이 최근 새 주일대사로 ‘일본통’인 유흥수(77) 전 의원을 내정한 것도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있다. 유 내정자는 국회의원 4선을 하면서 주로 외교위원회에서 활동했고 한일의원연맹 간사장(2000년~2004년)을 하는 등 한일 의원 외교에도 적극적으로 관여해 일본의 정계 원로 인사를 잘 아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 내정자는 현재도 한일친선협회중앙회 이사장이다. 마스조에 지사 역시 한일의원연맹 간사장을 맡고 있다.

마스조에 지사가 갖고 있는 일본 내 위상도 이같은 분석에 무게를 실어 준다. 그는 현 아베 1차 내각 때인 2007년 후생노동상을 지냈고, 2기 내각 때인 지난 2월엔 도쿄도 지사로 당선됐다. 아베 총리의 측근으로, ‘메신저’역할도 해왔다. 지난 4월엔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경색된 중일 관계를 풀 수 있는 ‘키맨’으로도 지목됐었다.

마스조에 지사는 이번 박 대통령 접견에 앞서 스스로 “아베 신조 총리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한 바있다. 일각에서는 아베 총리가 마스조에 지사를 통해 한일 정상회담 등을 개최하자는 뜻을 전달하려는 의도로 분석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으로선 취임 이후 올 3월 네덜란드에서 한미일 3자 정상회담을 한 것을 제외하곤 아베 총리와의 단독 정상회담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홍성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