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개 궐련담배 제품별 2∼28개 가향 성분 함유 -가향성분은 청소년ㆍ여성 흡연 시작과 관련커 -보건당국, 가향 성분 규제 방안 강력 추진키로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국내에서 팔리는 궐련 담배 60종의 연초(담뱃잎) 내 첨가물을 분석한 결과, 모든 제품에서 멘톨(박하향) 등 흡연을 유도하는 가향 성분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박하, 초콜릿, 바닐라 등의 향을 내는 가향 성분은 청소년, 여성 등에서 흡연 시작을 용이하게 해 브라질,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서는 가향 성분 첨가를 규제하고 있다. 보건당국은 담배 제품에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가향 성분을 규제하는 방안을 강력하게 추진할 계획이다.
1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2016∼2017년 신호상 공주대 환경교육과 교수 연구팀이 수행한 ‘국내 유통 담배의 형태 및 구조적 특성 규명’ 연구 용역 결과 모든 궐련 담배 제품에서 흡연을 유도하는 가향 성분이 포함된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이 2016년 7월 기준 판매량 상위 60종 궐련 담배를 대상으로 연초를 조사한 결과 모든 제품에서 가향 성분 2~28개가 검출됐다. 가장 많이 검출된 성분은 박하향을 내는 이소멘톤, 이소푸레골, 멘톨로 46종 제품에서 한 가지 이상 검출됐다. 또 코코아 성분인 테오브로민은 59종에서, 바닐라향을 내는 바닐린은 49종에서 나왔다. 검출된 첨가물 종류는 총 39개였다.
질본 관계자는 “담배 가향 성분은 캡슐 담배나 궐련 담배의 연초 등에 첨가되고 있다”며 “이번 조사는 국내 시판되는 캡슐 담배 뿐만 아니라 일반 궐련 담배에도 다양한 가향 성분이 첨가돼 있음을 확인한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담배 가향 성분은 향과 맛으로 담배 고유의 자극성을 무디게 한다. 테오브로민, 이소멘톤, 이소푸레골, 멘톨 등은 기관지 확장 효과가 있어 담배 연기의 흡입을 더 깊게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세계보건기구(WHO)는 ‘담배규제기본협약(FCTC)’ 가이드라인을 통해 가향 성분 등 담배 맛 향상을 위해 사용하는 첨가물의 사용을 금지할 것을 권고했다.
FCTC 가이드라인을 보면 담배 연기의 거칠고 자극적인 특성을 감추고 담배 맛을 향상하기 위해 사용되고 있는 물질은 포도당, 당밀, 벌꿀, 소르비톨 등 설탕ㆍ감미료, 벤즈알데히드, 말톨, 멘톨, 바닐린 등 가향 물질, 계피, 생강, 민트 등 향신료ㆍ허브 등 여러 가지 성분이 담배에 포함된다.
이미 브라질, 미국, 유럽연합(EU), 캐나다 등은 이미 담배에 가향 성분을 첨가하는 것을 규제하고 있다.브라질은 2012년 세계 최초로 전체 담배 제품에 모든 가향 성분 사용을 금지했다. 미국도 2009년 모든 궐련 담배에 대해 멘톨 이외 가향 성분을 함유하지 못하게 했다.
담배에 들어가는 가향 물질과 관련한 법적 규제가 거의 없던 국내에서도 가향 담배 규제를 위한 연구와 입법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질병관리본부는 ‘가향 담배가 흡연 시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김희진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를 통해 담배의 가향 성분이 청소년, 여성 등 젊은 층에서 흡연 시작을 용이하게 하고 흡연을 지속하도록 하는 효과가 있음을 밝혔다. 또 대표적 가향 담배인 캡슐 담배의 필터 내 성분 분석을 통해 118종의 가향 성분이 사용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해당 연구를 보면 13∼39세 흡연자 9063명을 온라인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65.5%는 가향담배를 사용하고 있었다. 가향 담배의 성별 사용률은 여성이 73.1%로 남성(58.3%)보다 높았고, 연령별로는 남성은 13∼18세(68.3%), 여성은 19∼24세(82.7%)에서 가장 높았다.
가향 담배로 흡연을 시작(한두 모금 피움)한 경우 지금 현재도 흡연자일 확률이 일반 담배로 시작한 경우보다 1.4배 높았다. 흡연 경험자 중 가향 담배로 흡연을 시도한 뒤 가향 담배를 계속 사용한 확률은 일반 담배로 시작해 가향 담배를 사용한 확률에 비해 10.4배 높았다. 가향 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중독성이 더 강하다는 방증이다.
정부는 금명간 담배 함유 가향 물질을 규제하는 내용을 담은 법령의 입법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정영기 보건복지부 건강증진과장은 “담배 제품에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가향 성분에 대한 규제방안이 담긴 법률안이 현재 국회에 발의된 상태”라며 “기획재정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관계부처와 협력해 법률안 통과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