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 이념·진영 논리 부각 안시켜 변화·혁신 집중하며 勢 넓히기

안철수 서울시장 예비후보는 행사에서 진보, 보수란 말을 쓰지 않았다. 중도란 단어도 없었다. 의도적으로 배제했다. 대신 ‘안철수’를 강조했다.

진보와 보수의 이분법은 안 후보에게 불리한 구도다. 진보와 보수로 반을 자르면 중도는 사라진다. 그동안 극중주의를 말해온 안 후보가 ‘중도’란 단어를 포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중도라는 말 자체가 진영 논리의 파생어다.

[6·13지방선거 서울은 지금] 진보·보수 넘어 ‘중도’도 입 안올리고…‘안철수’ 내밀다

이태규 바른미래당 사무총장은 5일 통화에서 “누군가가 진영으로 몰고가려고 한다”며 “이를 ‘인물과 비전의 대결’로 바꾸자는 것이 안 후보의 생각이다. 중도 이런 말들은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서울시가 문제는 진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며 “민주당이 독주하는 상황에서 ‘한국당이니, 무슨 당이니’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나, 중요한 것은 변화ㆍ혁신을 바라는 계층”이라고 말했다.

진보와 보수에 파묻히면 확장성이 없어진다. 한 바른미래당 의원은 “진보라고 말할 때마다 표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고 토로했다. 진보에 가까워지면 보수표가 떨어진다. 그렇다고 친문(친 문재인 대통령) 세력이 안 후보를 찍을리도 없다.

민주당 후보들은 그래서 이념을 강조한다. 야권 연대를 보수 야합으로 정의하며, 안 후보를 보수로 가두는 전략이다. 보수가 약세인 상황에서 민주당은 진보 지지층만 규합해도 승산이 높다는 분석이다.

때문에 안 후보는 무당층과 부동층도 끌어와야 한다. 이 사무총장은 “내부적으로 무당층, 부동층 성향자는 변화와 혁신을 바라는 계층이라고 파악했다”며 “중도나 보수 문제로 갈 수 없다”고 전했다. 안 위원장이 야권 대표주자라고 말하면서 야당 범주를 “여당 외에 모든 당”이라고 규정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당이니, 개혁보수니 말하지 않았다. 당보고 찍는 선거에서 ‘안철수’보고 찍는 선거로 바꿔야 승산이 있다.

게다가 바른미래당은 지지율도 낮다. 바른미래가 안 후보를 살리는 것이 아니라 안 후보가 바른미래를 살려야 한다. ‘안철수’를 앞세우고, 진영은 의도적으로 뒤로 뺀다. 한 바른미래 의원은 “당선된다면 이는 안철수 힘만으로 당선된 것이다. 당이 해줄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고 설명했다.

출마선언 사전행사에서 이러한 기조는 두드러진다. ‘워킹맘, 창업가, 청년’을 대표하는 인물이 나와서 서울시가 가진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리고 안 후보는 나와서 이를 위한 해결책을 내세웠다. 안 후보란 ‘인물’이 ‘비전’을 가졌다는 의미가 내포됐다. 구의역에 방문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 친안계(친안철수) 핵심 관계자는 “7년 동안 박원순 서울시장을 내세운 민주당이 잘해왔는가, 그게 없다면 다른 사람을 찍을 것”이라며 “구의역 사망 사고는 그 무능을 반증한다. 안 후보는 이를 해결하는 방법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태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