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에서 우연히 C형간염 진단을 받고 병원을 찾은 환자분이 계셨습니다. C형간염 치료가 꼭 필요한지를 묻는 말에는 의심이 한 가득이셨습니다. 3~6개월 동안 경구약제를 꾸준히 복용하면 95% 이상 완치되는 질환이지만, 비싼 가격으로 인해 치료가 망설여지곤 합니다.
만성 C형간염은 10~20년에 걸쳐 서서히 간경변으로 진행되는데, 연령이 증가할수록 그 속도가 더 빨라지는 특징이 있습니다. 초기에는 무증상이지만 황달, 복수, 식도나 위의 정맥류, 간성 혼수 등의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만성 C형간염은 간암의 두번째 원인으로 전체 간암의 약 12%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C형간염에서 간경변으로 진행된 환자 중 연간 3~5%에서 간암이 발생하기 때문에 6개월마다 간암 감시검사인 초음파검사와 혈액검사를 병행해야 합니다. 감시검사를 소홀히 한다면 치료가 불가능한 상태에서 진단, 예후가 매우 좋지 않아 50% 이상의 환자가 1년 이내에 사망합니다.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에 따르면, 20세 이상 성인의 0.6~0.8%가 C형간염에 노출돼 있으며 40세 이상에서는 약 250명 중 1명이 치료가 필요한 C형간염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간경변 환자가 연간 부담하는 의료비용은 평균 720만원으로, 휴직이나 퇴직으로 인한 간접적인 비용 손실을 함께 고려해본다면 조기 진단과 치료는 매우 중요합니다. 따라서 40세 이상 성인은 증상이 없더라도 C형 검사를 한번 정도 받아 보시길 권고합니다.
국내에서 사용되는 C형간염 치료제는 유전자형에 따라 약제와 치료기간이 다르게 적용됩니다. 유전자 1형의 3개월 치료 본인 부담금은 약 300만원대 초반입니다. 많이 부담되는 비용이지만, 추후 치료비용을 고려한다면 가능한한 일찍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현명한 대처 방법입니다. 앞으로 더 많은 환자가 부담없이 치료 받기 위해 약제비용도 지속적으로 낮아지길 기대합니다.
<도움말:경희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심재준 교수>
김태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