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장애인 선수들이 도전과 투혼으로 설원과 빙판을 뜨겁게 달궜던 ‘겨울 동화’가 막을 내렸다. 한국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 이어 패럴림픽까지 흥행, 운영에 성공을 거두고 흑자까지 달성하면서 동계스포츠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
전 세계인에게 또 한 번 열정과 감동을 선사했던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이 18일 열린 폐회식을 끝으로 열흘간의‘인간 승리 드라마’를 마쳤다.
이번 평창 동계패럴림픽에는 역대 최다 규모인 49개국, 567명의 선수가 참가해 80개의 금메달을 놓고 우정의 레이스를 펼쳤다.
개최국인 한국은 6개 전 종목에 걸쳐 선수 36명과 임원 47명 등 역대 가장 많은총 83명이 참가해 지구촌 최대의 겨울스포츠 축제를 즐겼고, ‘노르딕 철인’ 신의현이 크로스컨트리스키 남자 7.5㎞ 좌식에서 사상 첫 금메달을 따냈으며, 아이스하키에서 동메달을 따내 사상 처음으로 시상대에 오르는 감격을 맛봤다.
북한도 4명의 선수가 참가해 평창올림픽에 이어 평화패럴림픽의 의미를 이어갔다.
평창 동계올림픽때 37.4㎞을 뛰며 금메달을 목에 건 이승훈은 패럴림픽이 끝나자 “하지 절단 장애를 갖고도 63.93㎞를 두 팔로 뛴 신의현 선수가 진짜 영웅”이라고 치켜세웠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1개,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로 종합 순위 공동 16위에 올랐다.
운영과 흥행면에서 가장 잘 치른 대회였다. 최근 열렸던 2014년 소치 동계패럴림픽과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하계패럴림픽이 준비 부족과 안전 문제 등에서 약점을 드러냈던 것과 대조적이다.
입장권 판매는 33만5000장을 팔아 목표량(22만장) 대비 152%의 높은 판매율을 보였다. 이에 따른 입장권 수입 66억6000만원도 역대 최대 규모다.
대회 기간 4개 경기장과 평창 올림픽플라자, 강릉 올림픽파크에 총 32만여명 방문했다. 개회식 다음 날인 10일에는 9만9000명이 방문해 일일 최고 기록을 작성했다.
이문태 총감독이 연출한 개폐회식 예산은 비장애인 동계올림픽 개폐회식 예산 300억원의 10분의 1 수준인 30억원 수준임에도 ‘저비용 고감동’의 무대를 선사했다.
역대 대회 최초로 ‘접근성 전담팀’을 설치해 휠체어 사용 관중들을 시야가 확보되는 장소에 관람 공간을 마련했다. 또 함께 방문하는 동반자를 위한 좌석을 제공하고, KTX 역사와 수송몰, 환승주차장, 경기장, 문화행사장 등에 접근 가능한 화장실과 경사로를 설치해 불편이 없도록 했다.
또 휠체어를 탄 채 탑승할 수 있는 저상버스 48대와 휠체어리프트 차량 185대를투입했다. 아울러 경기장 주변 경사로 구간에는 골프카트와 휠체어 리프트밴으로 관중을 수송하는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했다.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어 통역 지원과 시각장애인을 위한 맞춤형 자막 서비스 제공, 교통 약자를 위한 교통 앱 운영도 호평을 받았다.
평창이 빚어낸 감동의 사연은 지구촌을 감동시켰다. 한국 장애인 아이스하키 대표팀 최광혁(31)은 1987년 북한 함경북도 화성군에서 태어나 기차에서 아이스크림을 팔다사고로 왼쪽 발목이 절단되는 불운 속에 탈북을 감행해 불굴의 도전끝에 태극마크를 달았다.
정강이뼈 악성종양으로 한쪽 다리를 절단하고도 운동에 매진했으나 개막을 앞두고 암이 재발한 네덜란드 비비안 멘텔-스피(46ㆍ스노보드)는 이번 대회 2관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슬로바키아 시각장애 알파인스키 선수 헨리에타 파르카소바(32)와 미국의 하지장애 노르딕스키 선수 옥사나 마스터스(29)는 체르노빌 원전 사고 피해자들이다. 파르카소바는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알파인스키에 도전해 이번 대회 최다관왕인 4관왕에 올랐다. 선천성 장애를 안고 태어난뒤 미국으로 입양된 마스터스는 금,은,동메달 각 1개씩을 따내며 꿈을 이뤘다.
올해로 제정 30주년을 맞은 ‘황연대 성취상’에는 남자 알파인스키의 아담 홀(31ㆍ뉴질랜드)과 여자 크로스컨트리스키의 시니 피(29·핀란드)가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