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금융연구원장 본지 인터뷰 글로벌공룡 국내시장 침투 ‘무기’ 지배구조 문제 소유구조서 비롯

손상호<사진> 신임 한국금융연구원장이 향후 국내 금융사들이 경쟁력을 집중해야 할 방향으로 디지털 글로벌 네트워크를 강조했다. 손 원장은 핀테크에서 밀리면 소매 금융의 주도권을 외국 금융사들에게 내어줄 수 있다며 디지털화(化)를 금융사 생존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지난 16일 정식으로 취임식을 마친 손 원장은 헤럴드경제와 만나 “국내 금융사는 은행, 증권, 보험 할 것 없이 전 권역이 꽉 차있다”며 “새로운 인가를 받아 (특화된 금융을) 할 만한 여지는 많지 않고, 소매 중심의 구조에 변화를 줄만한 것이 핀테크 뿐”이라고 밝혔다.

손상호 금융연구원장 “소매 금융 주권, 디지털에 달려”

손 원장이 바라보는 핀테크는 국내와 외국 업체들 간 금융산업의 주도권 전쟁의 구도를 단숨에 바꿔놓을 수 있는 ‘무기’나 다름없다. 국내 금융산업은 은행, 보험 등 각 업권이 네트워크 중심의 치밀한 마케팅을 바탕으로 국내사의 침투율이 매우 높게 짜여져있는 판이었다. ‘글로벌 스탠다드’를 앞세운 외국 금융사들이 수시로 ‘철수론’에 휩싸이는 것도 국내 금융사 특유의 ‘세밀한 소매 금융’을 따라가기 힘들어서다.

손 원장은 “핀테크가 다가올 엄청난 ‘패러다임 시프트’(인식 대전환)인데, 대비를 잘 못 하면 소매금융의 주도권이 한 번에 날아갈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핀테크와 더불어 향후 금융사들의 경쟁력을 가늠할 열쇠는 글로벌 네트워크로 꼽혔다. 국민소득 향상과 고령화 등을 감안하면 금융 산업의 포트폴리오가 자산운용에 방점이 찍힐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손 원장은 “선진국 반열에 들면 기업이나 가계에서 자산운용 쪽으로 급속도로 자본이 쌓인다”며 “국내 금융기관들이 고객의 수익률을 확보해줄 수 있는 역량을 갖췄느냐를 보면 글로벌 네트워크가 필수”라고 전했다. 고도로 성장하는 나라에 들어가서 투자 이익을 내야 하는데, 금융사들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아쉽다는 것이다.

최근 금융가의 최대 이슈 중 하나는 지배구조다. 오는 22일과 23일에 예정된 주요 금융사들의 주주총회도 안건 중 상당부분이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이 있다. 손 원장은 금융산업에서는 지배구조 이전에 소유구조를 더 중요하게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 세계적인 금융그룹을 보면 금융자본이 과점주주 형태로 서로 크로스셰어링(상호 보유) 되어 있다. 그런 것이 정책인데 국내에서는 그런 모습 가진데가 많지 않다”며 “소유구조가 먼저 해결되지 않으면 지배구조는 공기에 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조언했다.

도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