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 데스크톱이나 노트북 같은 전통적인 PC도 안 팔렸다. 그렇다고 태블릿이 잘 팔린 것도 아니다. 왠만한 IT기기 보급률이 100%를 일찌감치 넘어 선 우리나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경쟁적으로 서로의 시장을 넘보던 PC와 태블릿의 동반 부진을 놓고 업계 일각에서는 ‘IT의 발전도 끝났다’는 비관론까지 내놨다.
12일 IT 시장조사기관 IDC의 ‘Worldwide Quarterly PC Tracker’ 프로그램 예비조사 결과에 따르며, 올 2분기 전세계 PC 출햐량은 전년 동기 대비 1.7% 감소한 7440만대 규모에 그칠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태블릿 판매 증가로 미니 노트북 출하량이 크게 감소했었던 지난 2012년 2분기 이후 글로벌 PC 시장 출하량에서 가장 낮은 감소폭인 것이 위안거리다.
그렇다고 태블릿이 잘 나가는 것도 아니다. 지난 11일 외신들은 올해 1분기 전 세계 태블릿 출하량은 5600만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절대 시장 규모 감소는 태블릿 역사 이래 처음이다.
IT 시장조사기관 NPD디스플레이서치는 올해 태블릿 출하량 전망도 2억8500만대로 하향 조정했다. 3년 후인2017년에는성장률이 한 자리 숫자까지 내려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마트폰보다 더 빠른 속도로 시장 포화 상태에 접어 들었다는 의미다.
업계에서는 PC와 태블릿의 동반 성장 지체가 일시적인 상황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윈도XP 서비스 강제 중단이라는 ‘대형 이벤트’ 속에서도 마이너스 성장을 면치 못한 PC가 그나마 팔린 곳은 신흥시장이 아닌, 미국과 유럽의 기업 시장이였다. 개별 소비자, 특히 구매력은 낮지만 성장성이 높은 신흥시장 개인이나 기업들은 여전히 ‘구닥다리’ PC 교체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는 것이다. 팬티엄 이후, PC 사양 전쟁이 더 이상 무의미해진 것과 같은 맥락이다.
로버드 IDC 부사장은 “사실 지난해 약해진 수요가 회복된 것이고, 단기간 이루어진 교체에 기인한 것”이라며 “향후 신흥시장에서 약간 의 회복을 기대할 수 있겠지만, 성숙시장의 성장세는 다시 둔화될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현상은 포스트PC 격인 태블릿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IT 시장조사기관 NPD디스플레이서치는 올해 태블릿 출하량 전망도 2억8500만대로 하향 조정했다. 3년 후인2017년에는성장률이 한 자리 숫자까지 내려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미 살 사람은 다 샀다는 말이다.
태블릿의 빠른 퇴조는 7인치 대 소형 제품의 몰락과 관련이 깊다는게 디스플레이서치의 분석이다. 5인치 후반에서 6인치 초반 대 스마트폰이 대세를 이루면서 7인치 태블릿의 설 자리가 없어졌고, 이것이 다시 전체적인 태블릿 시장 축소로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 지난해 출하된 태블릿 10대 중 6대 가까이가 7~7.9인치였지만, 2018년에는 4대를 조금 넘어서는 수준으로 축소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신제품에 대한 소비도 크게 줄었다. 항상 손에 들고 다니며 사용하는 스마트폰과 달리, 태블릿의 사용처는 비교적 고정된 까닭에, 2~3년이 지나도 교체할 일이 없다는 의미다. 여기에 하드웨어 성능도 상향 평준화 되면서 태블릿 교체를 가로막고 있다.
디스플레이서치 관계자는 “태블릿 제조업체가 제품을 지금과 다른 새로운 용도로 개발하지 않는 이상 소비자들의 태블릿 교체주기는 현재 기준 1~2년보다 길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