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셰어링 5년새 6억→1000억 급성장 불구 깜깜이규제…스타트업들 큰 반발
1억원이 넘는 전기차 테슬라 모델S부터 자전거 ‘따릉이’까지 셰어링(공유) 바람이 거세다.
스마트폰 터치 한번으로 간편하게 이동수단을 빌려 탈 수 있는 세상이다. 세계적으로 공유경제 붐이 일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관련 사업을 하다간 형사고발을 감수해야 하는 처지다.
8일 스타트업 업계에 따르면, 카셰어링 서비스 스타트업 ‘뿅카’는 2017년형 테슬라 모델S(90D)를 하루 14만9000원에 빌려 탈 수 있는 서비스를 출시했다. 모델S는 한대 가격이 최고 1억원을 넘는 고가의 차량. 테슬라를 카셰어링으로 빌릴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화제를 끌었다.
카셰어링업계 1위인 소카는 10분당 7000원 수준에 BMW 520D·X3를 빌릴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린카는 벤츠 A200 등의 수입차 라인업을 구축해놨다.
삼정KPMG경제연구원에 의하면, 한국의 카셰어링 시장은 2011년 6억원에서 2016년 1000억원으로 급성장했다. 2020년에는 5000억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적으로는 2015년 11억달러에서 2020년에는 35억달러, 2024년에는 65억달러로 연평균 21.8%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다.
손쉽게 빌려 탈 수 있는 것은 이 뿐만이 아니다. 서울시는 2015년 여의도, 신촌, 광화문 등에서 공공자전거 2000대로 ‘따릉이’ 대여 서비스를 시범 도입했다. 2년 만에 따릉이 수는 2만대, 가입자는 23만명을 넘었다.
지난해 서울시민이 뽑은 우수 서울시 정책으로 꼽히기도 했다. 경기 고양·안산, 경남 창원, 전남 여수 등 전국 각 지자체에서도 앞다퉈 유사한 정책 도입했다. 세계 최초 자전거 공유 스타트업 ‘모바이크’ 가 수원시에 상륙했고, ‘매스아시아’ 등 토종 자전거 공유 스타트업도 걸음마를 뗐다.
이처럼 셰어링 시장이 급성장하고 소비자의 호응을 받고 있지만 규제는 여전하다.
스타트업 ‘풀러스’ 사태가 대표적. 풀러스는 목적지가 비슷한 운전자의 차량에 동승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운영시간은 오전 5시~11시, 오후 5시~다음날 새벽 2시까지다. 사업이 순항하며 풀러스는 운영시간을 24시간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유연근무제의 확대로 출퇴근 시간이 과거와 달라졌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서울시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제81조 1항을 근거로 풀러스의 사업이 ‘면허 없는 택시사업’으로 불법이라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해당 법은 ‘자가용 자동차를 유상으로 운송용으로 제공하거나 임대·알선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그동안 풀러스가 가능했던 것은 81조의 예외사항 즉, ‘출퇴근 시 승용차를 함께 타는 경우’에 해당됐기 때문이다.
서울시 측은 시민안전을 위해 불가피한 판단이라고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택시의 경우 범죄경력을 조회하는 등 시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여러 규제들이 있다. 심야시간에 어떤 운전사가 배당될 지 모르는 서비스를 허용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이어 “운전자가 돈을 받고 태운 승객에 대해 교통사고 발생시 보험사가 어떻게 보상할지에 대한 부분도 정리가 덜 된 상황이다”며 규제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차량 공유업체가 규제로 철퇴를 맞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3년 ‘우버’는 국내에 진출했지만 국토교통부가 “허가받지 않은 일반인이 유료운송을 제공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해석을 내려 철수했다. 카풀앱 럭시를 통해 승객을 태운 일부 운전사도 출퇴근 시간이 아닐 때 영업했다는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스타트업 업계는 강력 반발하고 있다. 120여개 스타트업을 회원으로 둔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풀러스 사태에 대해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서울시의 고발은 현 정부의 4차 산업혁명 대응이라는 정책 방향에 반하는 과도한 행정행위이자 행정당국에 의한 ‘그림자규제’에 해당한다”고 했다.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센터장은 “문제가 예상된다는 이유로 관련 사업 전체를 불법으로 보는 것은 과도하다. 문제가 되는 지점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하면 되는 것”이라며 “세상이 바뀌고 새로운 일자리들이 만들어지는데 이렇게 규제를 한다면 결국 시장은 외국계 회사들의 먹잇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