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 불청객 날벌레 잡는 천연 살충제가 뜬다

모기기피제 92%이상 화학성분 디트 함유…행동 · 인지기능 · 언어 장애 유발 가능성 대나무 등 천연식물 벌레 퇴치 효과 탁월…에센셜 오일 · 계피에도 모기 쫓는 성분 쌀벌레 방지엔 마늘 · 붉은 고추가 특효

요란한 장마와 함께 어김없이 찾아오는 불청객이 있다.

모기를 비롯한 날벌레들이다. 습기를 좋아하는 날벌레들은 여름철 장마를 타고 집안 욕실과 싱크대에 둥지를 튼다. 날카로운 모기 소리에 잠에서 깨거나, 쌀과 과일에 좀이 스는 일이 허다하다. 물리면 가렵고 따가워 밤새 잠을 뒤척인다.

[그린리빙-하우징] 상추, 쌈 대신 방충제

▶창문과 천정을 까맣게 뒤덮는 날벌레= 장마철 집안과 사무실, 교실을 까맣게 뒤덮는 날파리들. 작고 검은 이 벌레들의 이름은 ‘검정날개버섯파리’다. 비가 오거나 습한 날 일시적으로 빠르게 번식한다. 이 날파리들은 주로 낙엽아래나 나무뿌리에서 번식하기 시작해 집안까지 날아든다. 물려도 인체에 큰 해는 없지만, 워낙 개체 수가 많아 스트레스와 불편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 지난해 이 날파리 때문에 민원이 쏟아지자 보건당국이 비상 방역을 실시하기도 했다.

그렇지 않아도 눅눅한 주방에 장마철 습기가 더해지면 쌀벌레도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다. 쌀벌레는 쌀의 주요성분을 갉아먹을 뿐만 아니라 발암물질인 퀴논까지 분비해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 애경에스티 관계자는 “쌀벌레는 한마리가 200~1900개 알을 산란할 만큼 번식력이 높아 예방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모기도 장마를 앞두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다. 성충 단계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물속에서 생활하는 모기에게 ‘습기’는 중요한 생존요소다.

특히 장마가 끝난 후 고온다습해지면 알에서 성충이 되는 시간이 줄어들어 모기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그린리빙-하우징] 상추, 쌈 대신 방충제

▶상추, 대나무, 계피는 훌륭한 천연방충제= 해마다 ‘모기와의 전쟁’이 반복되면서 연간 3억개 이상의 모기기피제와 방충제가 판매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제품의 92% 이상이 화학성분인 디트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디트는 피부 흡수율이 77%에 달하고 행동과 인지기능, 언어, 생식기 등에 장애를 유발할 수 있어 최근 국내에서도 고농도 디트 제품 생산을 제한하고 있다. 이에 화학성분 살충제를 대체할만한 천연 방충제에 대한 관심도 크게 높아졌다.

우리 조상들이 예부터 방충제로 활용한 천연식물도 주목할 만하다. 상추와 대나무, 쑥, 냉이 등이 대표적이다.

여름철 쉽게 구할 수 있는 상추 잎은 훌륭한 방충제다. 규합총서는 “단옷날 상추 잎을 따 말려 궤와 상자에 넣으면 좀이 없다”고 기록하고 있다.

산림경제 4권도 “상추 잎을 넣어두기만 해도 살충 효과가 있다”고 전했다. 훗날 상추의 살충효과는 상추의 ‘lactucarium’이라는 마약 성분 때문인 것을 입증됐다. 대나무를 방충제로 활용하기도 했다. 대나무를 태워 연기를 쏘이면 벌레를 없앨 수 있다는 기록이 있다. 동치미에 대나무 잎을 띄워 산패속도를 완화할 만큼 대나무는 항균성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린리빙-하우징] 상추, 쌈 대신 방충제

봄철 따서 말린 냉이와 쑥도 벌레를 쫓는 역할을 한다. 제중신편 5권 잡방에 따르면, 냉이가 좀벌레뿐만 아니라 벌레와 개미와 같은 곤충을 없애는데도 사용됐다.

‘잔꽃풀이’로 불리는 망초는 기원전부터 좀벌레를 없애는 용도로 사용됐다. 산림경제 4권은 모든 물건에서 좀벌레는 없애는 방법으로 망초를 태워 연기를 쏘이는 법을 소개하고 있다.

쑥에 대한 기록도 이 고서에 들어있다. 가죽에 생기는 좀벌레 퇴치에 쑥이 효과적이라는 내용이다.

식물에서 뽑아낸 천연 오일에도 모기를 쫓는 성분이 들어있다. 시트로넬라, 페퍼민트, 로즈마리, 티트리 등의 에센셜오일 소량을 에탄올에 섞어 스프레이 용기에 모기퇴치제로 사용한다. 천연오일을 구하기 어렵다면 대신 계피를 에탄올에 섞어 써도 된다.

쌀벌레에는 마늘이나 붉은 고추가 특효약이다. 쌀통에 마늘과 고추를 넣어두면 쌀벌레 발생을 막을 수 있다. 마늘은 한 달마다 새것으로 바꿔줘야 한다.

[이경희ㆍ권영숙‘고문헌을 통해 본 방충향’등 참조]김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