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 崔가 삼성그룹 213억원 대 특혜 지원 직접 챙겼다는 취지 증언
[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최순실(61) 씨가 삼성그룹의 213억 원 승마 특혜 지원을 직접 챙겼다는 취지의 법정 진술이 나왔다.
노승일(41) 전 K스포츠재단 부장은 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 심리로 열린 최 씨와 박근혜(65) 전 대통령의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삼성과 최 씨 독일법인 코어스포츠가 213억 원 대 컨설팅 계약을 맺은 과정을 설명했다. 노 씨는 “최 씨가 삼성 돈 먹으면 탈이 없다고 했다”는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의 말을 전하며 최 씨가 삼성의 특혜 지원 전반에 개입했음을 시사했다.
이날 노 씨의 증언을 종합하면, 최 씨는 코어스포츠를 세우는 단계에서부터 직접 업무 지시를 내렸다.
노 씨는 지난 2015년 7월 30일 경 친구인 고영태 전 더블루케이 상무로부터 “대한승마협회 회장사인 삼성이 도쿄 올림픽을 대비해 승마 유망주의 독일 훈련비를 지원할 예정인데 매니지먼트를 수행할 회사를 세우는 걸 도와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다음날 고 씨, 최 씨와 만나 “독일 회사를 빨리 만들어야 하는데 가서 알아보고 재무를 맡아달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노 씨는 “최 씨가 당시 독일에 가서 해야할 일 목록과 법인 설립을 도울 최철 변호사의 연락처를 자필로 적어 건네줬다”고 증언했다. 메모에는 예거 호프 승마장 관계자들의 명단과 연락처, 사무실 구성 관련 지시, 홈페이지 제작 관련 지시 등이 담겨있었다. 그는 법정에서 최 씨의 자필이 담긴 메모지 다섯 장을 검찰에 넘겼고, 검찰은 이를 추가 증거로 제출했다.
노 씨는 그해 8월 독일에서 박 전 전무를 만나 삼성의 지원과 관련한 구체적 내용을 전해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법정에서 “최 씨가 ‘정유라만 혼자 지원하면 나중에 탈 날 수 있어 나머지 선수들을 끼워넣은 것이다. 삼성 돈 먹으면 탈이 없다. 그만큼 삼성은 치밀하다’고 했다”는 박 전 전무의 말을 전했다.
지난 2015년 8월 26일 삼성과 컨설팅 계약을 맺을 당시에도 최 씨가 계약서를 최종 확인하는 등 개입했다고 노 씨는 증언했다. 노 씨는 당시 “나와 박영관 독일 변호사, 박 전 전무, 독일 승마협회 회장이 최 씨의 최종 확인을 받아 계약을 체결했다”며 “최 씨는 ‘내가 삼성 사람을 만나면 큰일난다’면서 고영태 씨와 함께 (계약이 이뤄지는) 호텔 로비에 있었다”고 진술했다. 그는 “계약에 참여했던 박상진 전 사장이 계약 서류를 보고 ‘문제 없어’라고 말했다”고 털어놨다. 코어스포츠는 계약 체결 하루 전날에야 법인 등기를 마칠 정도였지만, 삼성 측이 이를 전혀 문제삼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날 최 씨가 건강상 이유를 들어 법정에 출석하지 않으면서 최 씨와 노 씨의 법정 공방은 이뤄지지 않게 됐다. 최 씨는 “어지럼증으로 방에서 넘어져 온 몸에 타박상을 입고 통증이 심하다”는 내용의 사유서를 내고 재판에 불출석했다. 감청색 정장에 올림머리 차림인 박 전 대통령은 피고인석에 앉아 증인신문 과정을 지켜봤다. 줄곧 고개를 숙이고 있던 박 전 대통령은 노 씨가 “최 씨의 자필메모”라며 추가 증거를 제출하자 노 씨를 십여초 간 바라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