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의 막강 변호인단 訴제기 CEO 무노즈는 “사퇴거부” 빈축

‘승객 끌어내기’로 공분을 일으킨 미국 유나이티드항공이 결국 수십억원 규모의 소송에 직면하게 됐다. 미국 시카고발 루이빌행 유나이티드항공 기내에서 강제로 끌어내려진 피해 승객이 막강 변호인단을 구성하고 법적 대응에 나섰다.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유나이티드항공 최고경영자(CEO)는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혀 논란이 번지고 있다.

시카고트리뷴은 12일(현지시간) 유나이티드항공 사태 피해자인 베트남계 미국인 의사 데이비드 다오(69) 박사가 개인 상해 소송 분야에서 최고로 손꼽히는 토머스 데메트리오(70) 변호사와 기업 상대 소송 전문 스티븐 골란(56) 변호사에게 소송 대리를 맡겼다고 보도했다.

데메트리오 변호사는 미국 법률전문매체 ‘내셔널 로 저널(NLJ)’이 선정한 미국 톱10 변호사, 일리노이주 톱10 소송전문 변호사에 이름을 올린 베테랑 법조인으로, 시카고 변호사협회장과 일리노이 소송변호사협회장 등을 지냈다. 의료과실·제조물 책임·항공사고·상업분쟁 관련 소송을 대리하면서 성사시킨 합의금 규모는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 이상이다.

시카고 원고대리전문 변호사협회 밥 클리포드는 “데미트리오 변호사가 이 사건을 수임하면서 유나이티드항공은 발 디딜 틈이 없어졌다”며 “그는 항공 소송 전반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다오 박사의 입장을 잘 대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유나이티드항공의 대응을 좌지우지할 능력을 갖췄다”고 평했다.

뉴욕주 형사소송 전문 변호사 랜디 젤린은 보상금 논의가 최소 수백만 달러에서부터 시작될 것으로 예상했다.

연방검사 출신 마이클 윌즈 변호사는 다오 박사가 의도적 감정침해, 명예 훼손, 환자들에게 미친 영향, 업무상 손실, 본인과 가족에게 가해진 심리적·육체적 고통 등에 대한 보상을 요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사태로 사퇴 압력을 받고 있는 오스카 무노즈 유나이티드컨티넨탈홀딩스 CEO는 ‘시스템’ 탓을 하며 사퇴를 거부했다.

무노즈 CEO는 이날 ABC뉴스 ‘굿모닝 아메리카’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승객 끌어내기 사태는 “시스템 실패 탓이었다”며 “일선에 있는 감독관이나 매니저가 상식에 맞게 행동하도록 하는 적절한 도구와 정책, 절차를 제공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직원들)은 모두 상식을 갖고 있고, 이번 문제는 상식에 의해 해결될 수 있었다”면서 “이것은 내 몫이다. 나는 이것을 고쳐야 하고, 우리는 고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무노즈는 “나는 유나이티드항공을 더 좋게 만들려고 고용됐으며 지금 그렇게 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라며 이번 사태로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는 승객을 끌어내리기 위해 경찰력을 동원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무노즈의 이같은 발언은 사건 발생 다음날 직원들에게 보낸 글에서 승무원의 대처를 지지하고 앞으로도 이렇게 대처하기를 권장한다고 했던 것과는 상반된다.

김현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