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오웰의 디스토피아 소설 ‘1984’<사진>를 스크린에 옮긴 동명의 영화가 미국내 43개주 165개 도시에서 다음달 초부터 재개봉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문화 예산 삭감에 따른 항의 표시다.

미 일간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는 28일(현지시간) 미국 영화·예술단체의 후원을 받아 이 영화가 다시 스크린에 걸린다고 보도했다.

영화·예술단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방과 국토안보 비용을 크게 증액한 ‘트럼프표 하드파워 예산안’으로 문화·예술부문에 대한 지원을 대폭 삭감키로 한 데 대한 항의의 표시로 영화 재상영을 기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 ‘1984’ 美 전역서 재개봉 “트럼프에 항의표시”

로스앤젤레스에서는 웨스트할리우드와 샌타모니카, 해머뮤지엄의 빌리 와일더 극장 등에서 상영한다. 캐나다, 영국, 스웨덴에서도 이 영화가 다시 개봉된다.

뉴욕 헌팅턴의 시네마아트센터 공동감독 딜런 스컬닉은 “많은 이들이 현 정권 하에서 수많은 우리의 본질적 가치가 공격받고 있다는 걸 느낀다”면서 “실제 사실의존재 같은 일도 그렇다. 영화 ‘1984’는 그런 이슈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급작스런 인기를 누리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마이클 래드퍼드 감독이 연출한 ‘1984’는 전체주의 체제 하에서 빅브라더의 지시로 사람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는 디스토피아 오세아니아의 세계를 그렸다. 존 허트가 주인공 윈스턴 스미스로 나온다.

씨네패밀리 창립자 헤이드리언 비러브는 “명백히 ‘1984’는 악몽이자 또한 경고”라며 “심지어 조지 오웰조차 예상하지 못했던 일도 일어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오웰의 소설 ‘1984’는 온라인서점 아마존에서 판매량이 9000% 이상 증가하며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 참석 인파를 놓고 켈리엔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이 ‘대안적 사실’(alternative facts)이란 신조어를 만들어내면서 이 소설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폭증한 것이다.

콘웨이의 발언은 오웰의 소설에 나오는 정부 중 하나인 ‘진리부’(Ministry of Truth)를 연상시킨다고 미 CNN 방송은 설명했다. 소설에서 전체주의 국가 ‘오세아니아’는 사람들의 자유로운 사고를 제한하고자 ‘신어’(newspeak)라는 새로운 언어체계를 도입한다. CNN은 ‘트럼프 팀’의 역할에 더해 ‘1984’가 미국 대부분의 학교에서 필독서로 지정된 점도 ‘1984’의 인기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김현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