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계 “증거인멸ㆍ도주 우려 없다” 반론…법원도 2005년부터 불구속 수사 원칙 - 원칙론 내세운 특검 “정의 세우는 게 더 중요” 영장 기각될 경우 부메랑 될 수도 - 이규철 특검보 “삼성 이외 기업에 대해서는 입건 범위 최소화”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고심 끝에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라는 ‘초강수’를 선택했다. 특검팀은 “엄정한 법 집행을 통해 사법정의를 실현해야 한다”는 원칙론에 무게를 둔 반면, 재계에서는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고 명확한 증거가 제시되지 않은 만큼 구속수사는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반론을 펼치며 구속수사의 실효성 논란으로 번지는 형국이다.

17일 법조계와 재계 등에 따르면 특검의 초강수를 놓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 부회장의 구속 실익이 얼마나 클지 의문이라는 게 반대측의 주장이다.

[특검 수사] 원칙이냐 실리냐…다시 불거진 ‘구속수사 실효성’ 논란
[사진=헤럴드경제DB]

재계 측은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을 경우 법원이 불구속 재판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법원의 불구속재판 원칙은 지난 2005년 이용훈 전 대법원장 취임 이후부터 본격화했다. 2008년부터는 구속영장이 청구된 모든 피의자에 대해 영장실질심사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과 맞물리면서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과 법원의 공판중심주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실제로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지난해 11월 3차례에 걸쳐 삼성에 대해 실시한 압수수색에서 확보된 자료 등 주요 증거 자료들은 모두 특검에 전달됐고, 이 부회장은 출국금지 조치가 된 상태여서 외국으로 달아날 염려도 없다는 것이다.

한 원로 법조인는 “구속 여부보다는 재판에서 어떤 증거들이 새로 나오는지, 실제로 형이 어떻게 떨어질까 등이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구속 여부에만 더 관심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검 수사에 있어서도 이번 결과에 따라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이 발부될 경우에는 향후 수사 일정을 앞당길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반대로 영장이 기각될 경우에는 시간 제약에 걸려있는 특검팀에게 적지 않은 타격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몇 년 동안 검찰의 주요 부정부패 수사에서 주요 인물에 대한 구속영장이 잇따라 기각되면서 수사 흐름이 끊기는 등 크고 작은 부작용이 관측된 바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검찰의 롯데그룹 수사에서 신동빈(62) 회장에 대한 영장 기각을 꼽을 수 있다. 사상 최대 인력을 투입하는 등 수사에 총력을 기울였던 검찰이 영장 기각 한 번으로 전체 수사에 마이너스 영향을 끼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평가도 법조계 일각에서 나온다.

반면 수사당국 측에서는 불구속 수사 증가로 인해 주요 사건의 실체적 진실 발견과 공소 유지에 어려움을 호소하며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이 부회장의 영장 청구를 놓고 특검팀 내부에서는 “400억원대 뇌물 혐의의 피의자를 구속수사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규철 특별검사보(대변인)는 “영장 청구가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인식하고 있지만 정의를 세우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삼성 이외의 다른 기업들에 대해서는 부정 청탁이 있었는지 여부, 금액의 많고 적음 등에 따라 입건 범위는 최소화한다는 원칙을 세웠다”고 덧붙이면서 일각에서 제기된 ‘국민 경제에 미칠 파장’ 등을 고려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18일로 예정된 이 부회장의 영장실질심사에서도 특검팀과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 간 양보할 수 없는 법리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