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도 1조5000억 무난 ‘호조’
국내 정유4사의 올해 영업이익 합계가 사상 최대인 7조 원을 넘길 것이 유력시되고 있다. 업계 호황이 일시적일 것이란 우려 속에 회자됐던 이른바 ‘알래스카의 여름’이 2년째 계속되는 양상이다.
27일 증권가와 정유업계의 예상치를 종합하면 국내 정유 4사는 이번 4분기에 총 1조5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무난히 거둘 것으로 추정된다. ‘맏형’ SK이노베이션은 약 7000억~9000억원, GS칼텍스는 4200억원 가량의 영업이익이 예상된다. 에쓰오일(S-OIL)도 3000억~4600억원, 현대오일뱅크도 280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3분기까지 정유 4사의 누적 영업이익은 5조6862억원으로 이미 작년 전체의 영업이익(4조7321억원)을 넘어섰다. 정유사들이 4분기에 위와 같은 시장 예상치의 영업이익을 올릴 경우 올해 연간 누적 영업이익은 7조원대를 가볍게 넘길 전망이다. 이전까지 정유 4사의 연간 최대 실적은 지난 2011년 거둔 6조8135억원이었다.
정유업계의 올 4분기 호실적은 비교적 완만한 유가 상승과 정제마진 호조 덕분이다. 일단 OPEC(석유수출국기구) 및 비(非)OPEC 국가 등 산유국들의 감산 합의 후 유가가 상승하면서 재고평가이익이 기대된다. 재고평가이익이란 정유사들이 해외에서 구매한 뒤 한국에 들여온 원유의 가치가 상승하는 것이다. 올해 내내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며 ‘믿을맨’으로 떠오른 석유화학과 윤활유 사업 부문도 호실적을 이끈 든든한 축이다.
한편 지난 2014년 대규모 적자를 끝내고 흑자로 돌아선 2015년 상반기, 정철길 당시 SK이노베이션 사장은 실적 호조를 두고 “글로벌 공급과잉 구조 등 펀더멘털이 변한게 없는 만큼 실적 호조는 잠깐 왔다가는 ‘알래스카의 여름’ 같은 것”이라며 낙관론을 경계한 바 있다. 이후 ‘알래스카의 여름’이란 말은 정유업계의 구조적 위기를 대비하고 사업구조를 혁신해야 한다는 뜻으로 널리 인용됐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정유사들의 호실적은 ‘반짝’이 아니었고 나름대로 ‘긴 여름’을 이어가게 됐다. 석유제품 수요가 받쳐주는 ‘저유가 시대’라는 좋은 환경 속 각사들의 선제적인 사업구조 혁신과 최적화, 포트폴리오 다각화 등 노력이 빛을 발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알래스카의 여름이 다소 길게 이어지고 있지만 신흥국 공급 과잉, 글로벌 경기 불황 등 각종 외부변수에 따라 언제든 적자로 돌아설 수 있는 업계의 구조적 위기는 그대로인 상황”이라며 “내년에도 트럼프의 미국 등 불확실성이 매우 높아 업계 전체가 사업구조 혁신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두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