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상수ㆍ장필수 기자] 야권이 3당 합의를 거쳐 ‘선(先) 진상규명(국정조사ㆍ별도특검) 후(後) 대책 마련’으로 가닥을 잡았다. 현 시점에서 백가쟁명식의 거국내각 논의 등을 진행하는 건 시기상조란 판단에서다. 특히 청와대가 2일 국무총리 임명을 전격 단행하면서 진상규명을 우선시하는 야권의 전략은 한층 강화될 수순이다.

투트랙 추진하는 野, ‘先 조사(국조ㆍ특검) 後 수습’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명확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거국내각 등 대책 관련 입장은 거론하지 않았다. 그는 “야당이 선거란 ‘잿밥’만 생각하는 당이 아니다”며 “국정공백을 메우고자 야당도 어떤 밥법을을 찾는 게 나은지 고민하고 있다”고 신중한 행보를 시사했다. 현 시점에서 거국내각 형태 등으로 논의를 확대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대신 박 대통령의 명확한 입장 표명을 촉구했다. 그는 “진상규명이 제대로 될 수 있도록 대통령이 ‘나부터 조사해달라’고 먼저 선언해야 한다”고 박 대통령을 압박했다. 이날 민주당은 ‘국민의 뜻이다! 대통령을 조사하라!’라고 배경막 문구를 바꿨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은 죽지 않았다. 이 상황을 모면한 후 국정주도권을 쥐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게 틀림없다”고 단언했다. 이어 “(박 대통령이) 야당에 어떤 협조나 수습방안에 대한 요청도 없으면서 야당만 거국내각 등을 논의하는 건 맞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또 차은택 감독 신병확보 등을 거론하며 신속한 검찰 수사를 촉구했다. 우 원내대표는 “불과 며칠 전만 해도 차 감독이 중국 산둥 연태 지역에 머물고 있었다”며 “검찰, 국정원이 모르나. 왜 차 감독 신병확보를 안 하느냐”고 비판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도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박 대통령이 본인부터 수사받겠다는 자기고백이 필요하고 그 뒤로 새누리당 지도부 개편, 대통령 탈당 등이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이런 조치가 선행된 후에 거국내각 등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야권은 전날 3당 원내대표 회동을 통해 국정조사 및 별도특검 도입에 합의했다. 거국내각 등 향후 대책은 합의 사항에서 제외됐다. 우 원내대표는 이와 관련, “검찰이 수사를 열심히 하더라도 범죄 혐의 관련 사실만 공표할 수 있기 때문에 국정조사가 (추가로) 필요하다”고 했다.

야권이 거국내각 등 대책 논의를 후순위로 미룬 건 권력구조 개헌과도 유사한 거국내각 방식이나 형태 등을 두고 의견을 조율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혼선이 빚어지는 걸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포석이다. 특히나 청와대가 이날 국무총리 인선을 단행하면서 사실상 박 대통령은 거국내각나 책임총리 등을 수용할 의사가 없다는 의지를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