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원전 대외신뢰도 저하 우려

한수원, 대우건설·두산에너빌리티

공사비·위험분담 이견 계약 해지

일방적 공사비 삭감·추가 공사 요구

외부 검증에 따른 과다 산정액 조정

2029년 착공 앞두고 일정 차질 우려

27조원 규모의 체코 두코바니 원자력발전 건설 사업을 따낸 팀코리아가 내부의 공사비와 위험 분담(총액계약 및 단가 감액) 등에 대한 이견으로 깨졌다.

한국수력원자력은 대놓고 대우건설에 대해 원전시공경험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자, 업계에서는 이와 별개로 시공사를 특정 업체로 교체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시각을 제기하고 있다. 수주당시에는 팀코리아로 시공사 능력을 내세워놓고 이제는 비하하는 것이 맞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무엇보다 팀코리아의 균열로 2029년 착공을 목표로 체코 두코바니 원전 건설 일정에 차질과 비용 증가 가능성으로 K원전의 대외 신뢰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한수원은 작년 6월 수주한 27조원 규모의 체코 두코바니 원전 건설을 맡기로 했던 대우건설·두산에너빌리티 컨소시엄과의 계약을 전날 해지했다.

이번에 해지된 건은 시공 계약으로,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의 친정인 두산에너빌리티가 원자로 등 주기기를 공급하는 계약과는 별개다.

두코바니 원전 사업은 체코의 기존 두코바니 원전 단지에 1000MW(메가와트)급 한국형 원전 APR1000 2기(5·6호기)를 추가로 짓는 프로젝트다. 팀코리아는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사업 수주당시 핵심적인 슬로건으로 ‘정해진 예산과 기한 내 완공(On-time, Within-budget)’을 내걸어 미국, 프랑스 등 원전 강호들을 제치고 낙점을 받았다. 다만, 수주 당시 저가 수주 논란은 제기됐다.

한수원과 대우건설간의 대표적인 의견차는 공사비 정산 방식이다. 한수원은 ‘총액 확정 방식’을, 대우건설 측은 설계에 따른 공사 물량 변동을 반영할 수 있는 ‘물량 정산 방식’을 요구하고 있다.

총액 확정 방식은 계약 체결 시 공사 전체에 대한 대가를 하나의 금액으로 확정하는 방식이다. 발주자 입장에서는 공사비 증가에 따른 부담을 줄이고 사업비를 예측하기 쉽다. 반면 시공사는 당초 예상보다 공사 물량이 늘어나면 계약상 인정되는 조정 사유를 제외하고 추가 비용을 부담할 위험이 있다.

물량 정산 방식은 실제 시공 물량에 계약 단가 등을 적용해 공사비를 정산한다. 설계 진행 과정에서 공사 물량이 늘어날 경우 추가 비용을 반영할 수 있어 시공사의 비용 증가 위험을 줄일 수 있다.

한수원이 현재 이집트 엘바다 원전 사업 과정에서 무리하게 총액 확정계약을 체결해 1조2000억원가량의 손실을 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이 공개한 한수원 감사실 내부 자료에 따르면, 한수원은 지난 2022년 8월 러시아 로사톰의 자회사(JSC ASE)와 엘바다 원전의 터빈 건물 시공 및 기자재 공급·설치 계약을 맺었다. 이 과정에서 설계와 물량이 확정되지 않았음에도 향후 증액 요소를 반영하기 어려운 ‘총액 확정계약’을 체결해 손실 충당부채만 1조 2000억 원에 이른다.

공사비뿐 아니라 계약상 책임 범위도 쟁점이다. 한수원은 체코 발주사와 체결한 주계약의 의무 중 시공사가 수행해야 할 부분을 하도급계약에도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대우건설 측은 설계 오류나 다른 협력사의 과실 등 시공사가 통제할 수 없는 위험까지 부담하도록 요구받았다고 반박하고 있다.

협상 기간에 대한 입장도 엇갈린다. 한수원은 장기간 이어진 이견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7일 조정안을 제시했다는 입장이지만, 대우건설 측은 변경된 계약조건을 검토하기에 3주가량의 기간은 부족했다며 올해 말까지 협상 기한을 연장해 달라고 요구했다.

무엇보다 한수원이 대우건설을 향해 전문성 부족, 저조한 원전 건설 실적 등을 거론하며 직격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이례적인 상황으로 보고있다. 저조한 원전 건설 실적을 파악해놓고 수주당시에는 대우건설을 팀코리아로 포함해놓고 이제서야 비난하는 것이 상식상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한수원과 대우건설간의 공사비 공방이 처음에는 7조원까지 의견차가 있었다는 말들도 나온다”면서 “또한 정부와 한수원이 대우건설의 시공능력을 문제 삼은 것은 특정업체로 교체하기 위한 수순이라는 이야기가 업계에서는 파다하다”고 말했다.

한편, 원자력업계에서는 작년 1월 한전·한수원과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맺은 새 계약이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당시 한전·한수원은 웨스팅하우스와의 원전 기술 분쟁을 끝내는 조건으로 향후 50년간 원전 1기를 수출할 때마다 기술료 1억7500만달러(약 2450억원)를 지급하고, 6억5000만달러(약 9100억원) 규모의 기자재·용역을 구매키로 했다. 두코바니 원전의 경우 웨스팅하우스에 줘야 할 기술료가 총 3억5000만달러(약 4900억원)에 달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한수원은 “웨스팅하우스 지급 비용은 시공비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배문숙·서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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