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통화정책 운영방식 재편 선언
찬성 10·반대 2…기준금리 3.75~4.0% 동결
인상 숨고르기…“고물가 여전” 추가긴축 여지
월가 “비둘기파적 일정 변경…긴축둔화 신호탄”
워시 “韓경제 관심 많아…신현송과 20년지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8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연 3.75~4.00%로 동결했다. 목표치인 2%를 웃도는 인플레이션 등 인상 요인에도 지난달 3년 2개월 만에 처음 기준금리를 인상한 이후 추가 인상 없이 ‘숨고르기’에 나선 것이다. 시장에서 오는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가운데,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은 다음해부터 기준금리 결정 횟수를 단계적으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월가에서는 긴축 둔화의 신호탄으로 평가하며 인플레이션 등 신속한 정책대응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연준은 이날 FOMC 회의에서 10명의 찬성과 2명의 소수의견(0.25%포인트 금리 인상)을 바탕으로 기준금리를 동결하기로 했다. 이번 금리 동결로 한국(3.00%)과 미국의 금리 차는 1.00%포인트(미 상단 기준)로 유지됐다.
연준은 성명에서 “경제활동은 ‘강력한 속도(strong pace)’로 확장하고 있다”라며 지정학적 불확실성에도 국내 지출이 탄탄하고 생산성과 자본 투자가 견조하다고 평가했다. 지난달 성명에서 사용한 ‘견조한 속도(solid pace)’보다 한층 강화된 표현이다. 고용시장에 대해서는 일자리가 노동력 증가에 맞춰 늘어나고 있으며 실업률도 큰 변동이 없다며 안정적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다만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추가 경제지표를 토대로 물가상승률을 목표치인 2%로 되돌리기 위한 적절한 통화정책 기조를 결정하겠다고 강조했다.
워시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지난달 정책 조치(금리 인상) 이후 금융 및 신용 여건에서 일부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일부 기업과 가계의 여건은 우리가 예상했던 것처럼 긴축됐다”라며 “우리가 시행해온 이 ‘통화정책 처방’이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압도적인 다수의 판단”이라고 전했다. 이어 향후 경제 지표를 보고 정책 방향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워시 의장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계심과 물가 안정이라는 책무를 특히 강조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은 너무 높다”라며 “느슨한 인플레이션 목표는 없다. 암묵적인 인플레이션 목표도 없다. 물가 안정이라는 목표가 있고,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로 측정한 2%”라며 물가 안정에 전력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인플레이션 우려에도 불구하고 연준이 숨 고르기를 택하면서, 시장은 올해 마지막 FOMC가 열리는 12월에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금리 선물 시장은 12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83%로 반영했다.
워시 의장은 또한 다음해부터 순차적으로 기준금리 결정 횟수를 줄이겠다고 예고했다. 그는 “우리는 연간 FOMC 8회가 적절한 횟수라고 생각한다”라며 “그러나 2027년에는 1번은 광범위한 통화정책 전략만 논의하고, 이때 연방기금금리(FFR·기준금리)에 대한 투표나 정책 성명 발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머지 회의는 통상적인 FOMC 정책 결정 회의가 될 것이며, 2028년에는 전략 논의를 위한 회의가 2회, 정책 결정 회의가 6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미국의 물가와 경기 상황을 보면 연준의 향후 행보가 금리인상이 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금리 결정 횟수를 줄인다는 것은 긴축 속도를 늦추겠다는 신호로 비춰질 수 있다. 투자은행 스탠다드차타드의 스티브 잉글랜더 G10 외환 리서치 책임자는 FOMC 이후 “시장이 회의 일정 변경을 ‘비둘기파적(dovish)’으로 해석하면서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금리 결정 횟수가 줄어드는 만큼 한 번의 금리 결정이 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회의를 줄이면 정책 담당자들이 경제 상황을 더 깊이 검토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지만, 역설적으로 회의 한 번의 중요성이 커져 금리 결정 때마다 시장 반응이 더욱 격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NBC뉴스는 정례적인 금리 결정 기회가 줄어들면 예상치 못한 경제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담았다. 금리 결정 기회가 줄어들면서 정책 대응의 유연성이 떨어지고, 회의 때마다 이로 인한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워시의 발표에 시장은 벌써 불안감을 내비쳤다. 자산운용사 위즈덤트리의 투자전략 책임자인 케빈 플래너건은 연준이 다음해 금리 결정 횟수를 줄인다는 발표에 장기물 금리가 상승했다고 말했다. 금리 결정 횟수가 줄면 시장의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인식이 장기물 금리 상승에 작용했다는 것이다. 미 국채 30년물 금리는 FOMC 발표 전 5.32%에서 5.37%로 5.3bp(1bp=0.01%포인트) 상승했다.
이번 FOMC 회의는 고물가가 최대 화두인 미국 중간선거를 불과 엿새 앞두고 이뤄졌다. 그러나 워시 의장은 중간선거의 영향을 묻는 질문에 “정치적 고려는 이번 결정에서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워시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국 경제에 대한 각별한 관심과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와의 인연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향후 대차대조표 축소 과정에서 한국 등 해외의 국채 보유 기관이나 달러 자금 조달 시장에 충격을 완화할 방법을 묻는 국내 언론 질문에 “우선 나는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한국 경제에 아마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라며 “새로운 기술의 급격한 성장에 필요한 투입재의 상당 부분이 일본과 한국에서 오고 일부는 싱가포르에서 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 경제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에 특히 관심이 있다. 보통 그것이 비행기와 선박에 실려 이쪽으로 무엇이 오고 있는지를 알려주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기술 분야의 글로벌 공급망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한국 경제에 대해 관심이 많다는 것이다. 이는 반도체 등 주요 대미 수출품을 일컫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또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에 대해 “20년 정도 알고 지낸 분”이라며 “20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 사태 한창일 때 만나, 당시 긴급한 상황에서 대차대조표 활용 방법에 대해 수많은 논의를 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신 총재에 대해 “매우 유능한 분이자 좋은 친구”라면서 “그분이 그 자리를 맡게 되어 기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국에 대한 관심, 한국 중앙은행 총재와의 인연에 대해 언급한 이후 워시 의장은 “현재 대차대조표 문제는 전적으로 태스크포스(TF)의 영역에 있다”라며 “그들이 도출하는 결론과 권고안은 아마 (다음해) 1분기 초 FOMC에 전달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구체적인 답변 대신, 다음해 1분기 TF 논의 결과에 따라 진행할 것이라 답한 것이다.
그는 “대차대조표에 변화를 주기로 결정한다면 그들의 제안을 진지하게 검토한 뒤 이뤄질 것”이라며 “현재의 정책 상황에는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우리가 제대로 규명해야 할 문제이며 TF의 도움을 받아 그렇게 하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도현정 기자
kate01@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