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세포 8000여 개로 쥐가 본 10초 영상 복원
생성형 AI 없이 뇌 신호만 사용
선명도는 아직 쥐 시력의 3분의 1
[헤럴드경제=장윤우 기자] 남의 머릿속에 떠오른 장면을 화면으로 꺼내 보는 일은 오랫동안 공상과학 영화의 단골 소재다. 최근에는 뇌 영상을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해 사람이 본 사진을 그림으로 되살리는 연구도 잇따르고 있다.
다만 상당 부분을 생성형 AI가 그럴듯하게 채워 넣은 것이라 실제로 뇌에 기록된 장면과 얼마나 같은지는 알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런데 생성형 AI의 도움 없이 쥐의 뇌세포 반응만으로 쥐가 보고 있던 10초짜리 영상을 되살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근 국제학술지 이라이프(eLife)에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조엘 바우어와 클라우디아 클로파스 연구팀은 쥐의 시각피질 활동으로 쥐가 본 영상을 복원한 결과를 발표했다.
뇌 반응 추적해 영상으로
연구팀은 쥐에게 짧은 영상을 보여주는 동안, 눈으로 들어온 정보를 처음 처리하는 1차 시각피질의 뇌세포 8000개가량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기록한 쥐 실험 자료를 사용했다.
국제 뇌 연구 경진대회에서 처음 공개된 이 자료는 뇌세포가 활동할 때 빛을 내도록 유전자를 조작한 쥐의 뇌를 특수 현미경으로 세포 하나하나를 촬영했다.
연구팀은 쥐가 어떤 영상을 보면 뇌세포들이 어떻게 반응할지를 예측하는 AI를 거꾸로 활용했다. 그림을 새로 그려내는 생성형 AI가 아닌, 쥐의 뇌세포들이 어떻게 반응할지를 맞히는 예측 모델이다.
아무것도 없는 회색 화면에서 AI가 예측한 뇌 반응이 실제로 기록된 반응과 같아질 때까지 화면의 점 하나하나를 조금씩 고쳐나갔다.
뇌가 보인 반응을 단서 삼아 쥐가 무엇을 봤는지 따져보는 방식으로 쥐 5마리가 본 10초짜리 영상 50편을 되살렸다.
원본과 상관계수 0.57…선명하진 않아
복원한 영상과 원본 영상을 화면의 점 단위로 비교한 상관계수는 0.57로 나타났다. 상관계수는 1에 가까울수록 두 영상이 비슷하다는 뜻이다.
쥐가 정지 이미지를 볼 때의 뇌 활동으로 이미지를 복원한 이전 연구에서는 상관계수가 0.24였다. 다만 연구팀은 정지 이미지와 동영상은 활용한 자료와 평가 방식이 달라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기존 연구들은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 같은 장비로 뇌를 촬영한 뒤, 생성형 AI의 도움을 받아 사람이 눈으로 봤던 장면을 그림으로 그려내는 방식이다.
연구팀은 생성형 AI가 수많은 사진으로 학습해 빈 곳을 채우기 때문에 뇌가 실제로 담고 있지 않은 정보까지 그려 넣을 위험이 있어 사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뇌가 온전한 이미지를 담고 있지 않을 때는 복원이 실패하는 것”이라며 “의미 정보만 있는데 이미지를 만들어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복원한 영상의 선명도는 아직 쥐의 실제 시력에 크게 못 미친다. 기록한 뇌세포가 담당하는 시야만 복원할 수 있어, 쥐가 본 화면 전체를 되살리지도 못했다.
연구팀은 쥐가 본 기억 속의 장면이 움직이는 것을 실제로 알아볼 수 있는 수준에 가깝게 따라잡았다. 쥐는 1초에 14번보다 빠르게 깜빡이는 빛은 깜빡임으로 느끼지 못하는데, 복원 영상은 이 정도 빠르기의 변화까지 담아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 유전자를 조작한 쥐의 뇌를 특수 현미경으로 찍은 자료를 사용했기에 사람에게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방식은 아니라고 한계를 밝혔다.
참고논문
DOI : 10.7554/eLife.105081.3
논문 정보 : Joel BauerTroy W MargrieClaudia Clopath (2026) Movie reconstruction from mouse visual cortex activity eLife 14:RP105081.
dbsdn1110@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