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 “앞으로 벌어질 네트워크 혁신은 단순히 속도만 향상되는 수준을 넘어 네트워크가 융합 솔루션과 결합하는 방식으로 진화할 것입니다”
황창규 KT 회장은 20일(현지시간) 미국 보스턴에 있는 하버드대학교 메모리홀에서 ‘네트워크의 힘’이라는 주제의 특별 강연에서 네트워크 혁신이 산업의 패러다임에 ‘거대한 전환’을 가져올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했다.
황 회장의 하버드대 강단에 선 것은 이번이 7번 째로, 하버드 메모리얼홀에서의 단독 강연은 한국인으로는 처음이다.
황 회장이 강연을 한 메모리얼홀은 하버드대에서 가장 오래되고 규모(1000석)가 가장 큰 랜드마크이기도 하다.
이날 황 회장은 전 세계 통신사업자들이 단순히 네트워크 인프라만 제공하는 ‘덤파이프(Dumb Pipe)’ 사업자로 전락할 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황 회장은 “KT는 덤파이프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른 사업에 눈을 돌리기보다, 네트워크 본연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며 KT의 속도 혁신 사례인 기가인터넷을 소개했다.
현재 KT는 ▷속도(Speed) ▷안전감시(Surveillance) ▷빅데이터(Big Data) ▷보안(Security) 등 4가지 영역에서 네트워크 혁신을 추진하고 있으며 ‘기가 인터넷’ 보급으로, 기존 인터넷 속도를 10배 향상시켜 커넥티드 카, 홀로그램, 가상현실(VR) 등의 미래 서비스를 앞당기는 효과를 가져왔다고 황 회장은 설명했다.
황 회장은 “기가인터넷 출시 당시 ‘현재 속도도 충분한데 더 빠른 인터넷 서비스가 필요하겠느냐’는 회의적 시각도 있었지만 무선에서 기가급 속도를 실현하고, 초고화질(UHD) 영상을 제공하는 등 파급 효과를 일으켰다”고 말했다.
아울러 황 회장은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차세대 네트워크로 ‘지능형 네트워크(Intelligent Network)’를 제시했다. 지능형 네트워크는 유ㆍ무선 망을 통해 음성, 데이터 등을 전달하는 수준을 넘어,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생활과 산업 전반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의미한다.
황 회장은 지능형 네트워크가 수십억 개의 단말과 연결돼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산업 뿐 아니라 감염병 확산 차단과 같은 생활의 변화까지 가져올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2020년이 되면 네트워크 속도는 10배 빨라질 것이고 빅데이터, 안전감시, 보안 등도 10배 향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KT는 지능형 기가 네트워크에 기반해 ‘기가토피아(GiGAtopia)’를 추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기가토피아는 ‘인간과 모든 사물이 기가 인프라로 연결되고, 융합 서비스를 통해 산업은 물론 생활까지 활력에 가득 찬 세상’을 가리킨다. 지능형 기가 네트워크를 토대로 한 KT의 ‘기가토피아’ 전략은 내년부터 하버드경영대학원의 수업 교재로도 활용될 예정이다.
황 회장은 “지능형 네트워크가 중심이 된 미래는 모바일 시대보다 훨씬 거대하면서도 폭 넓은 변화가 이뤄질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날 황 회장의 강연은 하버드대측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황 회장은 1시간 내내 유창한 영어로 강의했으며 객석에는 800여명이 찾아와 높은 관심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