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분기 우리나라 경상수지 흑자가 ‘제조업 강국’인 독일과 일본의 흑자를 합친 규모를 처음으로 넘어섰다. 올해 경제성장률 3%대 도달과 국민소득 4만달러 진입을 향한 청신호가 켜졌다는 점에서 분명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지금은 환호보다 ‘반도체 착시’를 경계해야 할 때다.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에 육박할 정도로 쏠림이 심해 향후 반도체 경기가 하강 국면에 접어들 경우 경제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 반도체 호황기에 축적한 재정 여력을 산업 구조 및 수출시장 다변화와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데 투입해 ‘반도체 이후’를 대비해야 할 것이다.
25일 한국은행의 국제통화기금(IMF) 주요국 경상수지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올해 2분기 경상 흑자는 1166억3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2분기 수치가 확인되는 주요 36개국 가운데 중국(1937억2400만 달러) 다음으로 큰 규모다. 독일(522억8000만 달러)과 일본(506억2000만 달러)이 뒤를 이었다. 두 나라의 합계는 1028억9200만 달러로 한국보다 137억3700만 달러 적었다. 기록적인 경상 흑자는 인공지능(AI) 호황에 따른 반도체 가격 상승과 그에 따른 수출 호조가 이끌었다. 9월까지 한국의 누적 전체 수출액(8145억 달러)의 41.8%에 달하는 3403억 달러가 반도체에서 나왔다.
흐름은 이어진다. IMF의 올해 한국 경상 흑자 전망치는 4219억4600만 달러다. 190개 국가·지역 중 중국(8632억500만 달러)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증가 폭은 2988억9200만 달러로 중국(1388억300만 달러)을 제치고 세계 1위다. 이에 따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흑자율도 18.8%로 IMF 통계가 있는 198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중국(4.0%)·독일(4.5%)·일본(4.6%) 등 주요국을 압도한다. 일각에선 연간 흑자 규모가 5000억 달러에 육박할 거란 전망도 나온다.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던 지난해(1231억 달러)의 4배에 해당하는 규모다.
그러나 반도체 단발 엔진에 의존한 경상수지 흑자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점에 비상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8월 고용 유발 효과가 낮은 반도체에 성장이 집중되면서 높은 성장률이 고용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했고, 청년층 고용은 오히려 나빠졌다고 진단했다. 반도체 쏠림에 기반한 수출의 성장의 고용과 내수의 온기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반도체 호황이 벌어준 여력을 고용과 내수의 동반 성장이 가능한 산업·수출구조를 만드는 데 써야하는 이유다. KDI는 반도체 편중을 극복 못하면 2030년 이후 역성장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체질개선의 골든타임이 4년밖에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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