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71년 네이처 ‘1841년 태양 폭풍에 기차 16분 지연’

실제 해당 철도는 1846년 개통…기록 보니 1848년 사건으로 추정

가장 오래된 태양 폭풍 피해 기록 뒤바껴

태양 폭풍 예시 그림. [게티이미지뱅크]
태양 폭풍 예시 그림.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장윤우 기자] 태양에서 큰 폭발이 일어나면 지구 자기장이 크게 흔들리는 ‘태양 폭풍’이 생겨 인공위성이나 전력망, 통신이 고장 나기도 하는데, 이처럼 태양 활동이 지구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우주기상’이라고 한다.

우주기상이 시설을 망가뜨린 대표 사례로는 흔히 1859년 전 세계 전신망을 마비시킨 ‘캐링턴 사건’이 꼽힌다.

그런데 이보다 18년 앞선 1841년 영국에서 태양 폭풍 때문에 기차가 멈췄다는 오래된 기록을 추적한 결과, 그 철도는 당시 아직 개통되지도 않았고 실제 사건은 7년 뒤인 1848년에 일어났을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근 국제학술지 스페이스 웨더(Space Weather) 제24권 제9호에 영국 랭커스터대 제임스 와일드 교수 연구팀은 ‘세계 최초의 태양 폭풍 피해’로 알려졌던 1841년 기차 지연 사건을 옛 기록으로 다시 검증한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증기기관 기차. [게티이미지뱅크]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증기기관 기차. [게티이미지뱅크]

태양 탓에 ‘기차 16분 지연’ 네이처 1841년 기록

1871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실린 한 보고에 따르면, 1841년 10월 18일 영국 남서부 엑서터역에서 오후 10시 5분에 출발할 예정이던 급행열차가 16분 늦게 떠났다.

보고는 “자기 교란 때문에 스타크로스 쪽 선로가 비어 있는지 확인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지연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엑서터 역장은 이튿날 아침 누군가 장비에 장난을 쳐 작동하지 않게 했다고 보고했다”고 덧붙였다. 이 보고에는 저자 이름이 적혀 있지 않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게티이미지뱅크]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게티이미지뱅크]

당시 철도는 몇 ㎞ 떨어진 신호원끼리 바늘이 움직이는 전신기로 다음 구간에 열차가 있는지를 주고받았다. 태양 폭풍이 일어나면 긴 전신선에 원치 않는 전류가 흘러 바늘이 멋대로 움직일 수 있다.

해당 기록은 2013년 미국 연구자 윌리엄 케이드 3세가 찾아내면서 ‘태양 폭풍 피해를 입은 가장 오래된 사례’로 알려졌다.

실제 철도는 1846년에야 개통

연구팀이 당시 기록을 살펴보니 1841년에는 해당 기차가 달릴 수 없었다.

엑서터와 남서부 항구도시 플리머스를 잇는 철도 건설법이 영국 의회를 통과한 것은 1844년 7월이다. 엑서터에서 스타크로스를 거치는 첫 구간은 1846년 5월 30일에야 문을 열었다. 1841년 10월은 철도가 생기기 5년 가까이 전이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기차 신호원. [게티이미지뱅크]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기차 신호원. [게티이미지뱅크]

영국 그리니치 자기관측소의 연보에도 1841년 10월 18일에는 특이한 자기장 변화가 없었다. 영국에서 이날 오로라가 관측된 기록도 없었다.

연구팀은 네이처 보고에 남은 ‘오후 10시 5분 급행열차’라는 단서를 바탕으로 당시 지역 신문에 실린 열차 시간표를 살펴보니, 엑서터에서 오후 10시 5분에 출발하는 열차는 1848년 3월부터 1849년 7월까지만 운행됐다.

1848년 당시 신문에 실린 열차 시간표. [스페이스 웨더(Space Weather) 제24권 제9호]
1848년 당시 신문에 실린 열차 시간표. [스페이스 웨더(Space Weather) 제24권 제9호]

7년 뒤 실제 기록 있어…연도만 잘 못 적힌 것

열차가 운행한 기간 중 1848년 10월 18일 밤에 실제로 강한 태양 폭풍이 있었다. 그리니치 자기관측소의 기록지에는 그날 밤 9시 20분부터 자기장이 크게 요동친 흔적이 남아 있다.

밤 10시 전후 20분 사이에는 자기장 세기와 방향이 크게 바뀌었는데, 연구팀은 엑서터의 철도 전신선에 전류를 발생시키기 충분한 수준이었다고 평가했다.

당시 엑서터의 한 주민은 지역 신문에 “태양을 관측하니 검은 점들이 이어진 무리가 뚜렷하게 보였다”는 편지를 보냈다. 같은 날 영국 더럼대에서 태양을 관측한 천문학자의 스케치에도 커다란 흑점 무리가 그려져 있었다.

연구팀은 1848년이 1841년으로 잘못 인쇄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같은 날짜에 정확히 7년 차이로 다른 기록에서도 연도가 잘못 적힌 사례가 여럿 있었다는 것이다.

1848년 그리니치 자기관측소의 기록지. 태양 폭풍이 있었다는 기록이 적혀있다. [스페이스 웨더(Space Weather) 제24권 제9호]
1848년 그리니치 자기관측소의 기록지. 태양 폭풍이 있었다는 기록이 적혀있다. [스페이스 웨더(Space Weather) 제24권 제9호]

연구팀은 1871년 보고를 쓴 사람으로 전신 기술자 너새니얼 존 홈스를 지목했다.

네이처 원본에 ‘홈스’라는 손 글씨 메모가 남아 있었고, 그는 당시 네이처 창간 편집장 노먼 로키어와 가까운 사이였다. 다만 연구팀은 원고나 관련 서신이 남아 있지 않아 왜 연도가 잘못 적혔는지는 밝히지 못했다. 잘못된 연도는 1871년 보고가 실린 뒤 155년 동안 바로잡히지 않았다.

이에 따라 태양 폭풍 피해를 본 가장 오래된 기록은 1847년 3월 19일 영국 미들랜드 철도의 전신 장애로 바뀌었다.

연구팀은 엑서터 사건이 최초는 아니지만, 여전히 태양 폭풍 피해 사례 가운데 하나라고 밝혔다.

참고논문

DOI : 10.1029/2026SW005239

논문 정보 : Wild, J. A., Beggan, C. D., Boteler, D. H., Cade, W. B., III, Carter, B. A., & Hapgood, M. (2026). Did space weather delay the 10:05 p.m. train departure from Exeter on 18 October 1841? Space Weather, 24, e2026SW005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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