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장윤우 기자] 거북은 수명이 길어 예로부터 장수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그 가운데서도 남대서양 세인트헬레나섬에 사는 알다브라코끼리거북 ‘조너선’은 194살로 추정돼 세계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육상동물로 알려져 있다. 같은 종 거북의 기대수명은 평균 80년, 길어야 94년 정도라 조너선은 100년가량 더 살고 있다.
그런데 조너선의 DNA를 분석한 결과, 나이가 들면 흐트러지기 마련인 유전자 조절 체계가 일부 유전자에서는 거의 흐트러지지 않아 5살 거북과 비슷한 수준이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제12권 제41호에 미국 칼렐재단 벤저민 바이스빌과 스티븐 클라크 연구팀은 조너선의 유전체를 분석하고, 다른 알다브라코끼리거북 4마리와 비교한 결과를 발표했다.
노화 관련 유전자에 특이한 변이 일어나
연구팀은 세인트헬레나섬 당국이 감염 위험을 이유로 채혈을 허락하지 않아 조너선의 입안 점막을 긁어 DNA를 채취했다. 연구팀은 채취한 DNA를 사육 중인 36살 알다브라코끼리거북의 유전체와 맞춰 조너선의 유전체를 완성했다.
분석 결과 조너선의 유전체에서는 DNA 손상 복구와 인슐린 조절, 세포의 에너지 생산, 염색체 끝을 보호하는 텔로미어 유지 등 노화와 관련된 유전자 여러 곳에서 변화가 확인됐다.
연구팀은 조너선의 유전체를 ‘외로운 조지’의 유전체와도 비교했다. 외로운 조지는 갈라파고스제도 핀타섬에 살던 핀타섬땅거북의 마지막 개체로 2012년 죽으면서 이 종은 멸종했다.
앞선 연구에서는 외로운 조지의 유전체에서 장수와 관련된 유전자 변이가 확인되기도 했다.
연구팀은 조너선을 외로운 조지와 다른 알다브라코끼리거북, 사람과 비교해 조너선에게만 있는 유전자 변이를 287개 유전자에서 찾아냈다.
조너선은 면역세포가 늙거나 암이 된 세포를 공격할 때 쓰는 단백질인 ‘퍼포린’의 유전자를 10개 갖고 있었다. 외로운 조지는 7개였다.
연구팀은 퍼포린 유전자가 많으면 면역세포가 늙은 세포나 암세포를 더 잘 찾아 없앨 수 있을 것으로 봤다.
194살 거북이 일부 유전자가 5살 거북이 수준
DNA에는 메틸기라는 물질이 군데군데 붙어 있는데, 메틸기가 어디에 붙느냐에 따라 유전자가 켜지거나 꺼진다. 젊을 때는 메틸기가 일정한 패턴으로 붙어 있지만, 나이가 들수록 이 패턴이 흐트러진다.
연구팀은 조너선과 5살·12살인 어린 거북, 나이 든 거북 두 마리의 DNA 패턴도 비교해 봤다.
나이가 많을수록 메틸기 패턴이 더 흐트러져 있었고, 조너선도 전체적으로는 가장 많이 흐트러져 있었다. 하지만 일부 유전자에서는 194살 조너선의 패턴이 5살·12살 거북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연구팀이 유전자 272개를 살펴본 결과, 상당수는 세포 안 발전소인 미토콘드리아에서 에너지를 만드는 유전자, 유전 정보를 단백질로 옮기는 과정에 관여하는 유전자, DNA 손상을 복구하는 유전자였다.
조너선의 결과는 사람의 장수 연구와도 맞닿아 있다.
2024년 중국의 장수 노인들을 분석한 연구에서도 나이가 들수록 DNA 전체의 패턴은 흐트러졌지만, 100살이 넘은 사람들은 유전자의 작동을 조절하는 ‘DNA 스위치’가 일반 노인보다 덜 흐트러져 있었다.
미토콘드리아가 장수와 관련이 있다는 연구도 있다. 오래 사는 동물일수록 짧게 사는 동물보다 미토콘드리아가 에너지를 만들 때 세포를 손상시키는 활성산소를 덜 내놓는다.
117살까지 산 여성을 분석한 최근 연구에서는 미토콘드리아가 같은 나이대 노인보다 유난히 효율적으로 작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에너지 생산과 유전 정보 처리에 관여하는 유전자의 패턴을 젊을 때처럼 유지한 것이 조너선을 노화로부터 어느 정도 지켜줬을 수 있다고 봤다.
다만 연구팀은 조너선의 피를 뽑지 못해 이 유전자들이 실제로 얼마나 활발하게 작동하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입안에서 얻은 DNA로는 유전자 조절 부위의 10% 정도만 분석할 수 있었고, 연구팀은 이번 결과만으로 원인과 결과를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참고논문
DOI : 10.1126/sciadv.adw8887
논문 정보 : Benjamin Vaisvil et al. ,Epigenetic insights into extreme longevity in the world’s oldest terrestrial animal, Jonathan.Sci. Adv.12,eadw8887(2026).
dbsdn1110@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