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도 공원 이용할 권리 있다” 법원 판결
-술취한 노숙인도 소란행위 없으면 단속 못해
-서울시민 설문…85%는 “공원 내 음주 제한 필요”
-‘공원 음주땐 과태료 10만원’ 조례안은 계류중
[헤럴드경제=강문규 기자ㆍ이원율 기자]“어른도 공원에 가기 꺼려지는데 아이들이 가겠어요?”
서울의 일부 공원을 노숙인들이 점령하면서 시민들의 기피대상이 되고 있다. 당장 공원에서 나가줬으면 싶지만 노숙인자가 술에는 취해 누워있다는 이유로 공원에서 쫓아낼 수는 없다.
▶노숙인ㆍ취객이 점령한 공원…하지만=경찰이 공원에서 술을 마신 상태에서 술병을 든 채 누워있던 노숙자를 내쫓은 행위가 정당한 공무집행이 아니라는 법원의 판결이 있다. 노숙인도 일반 국민과 동등하게 공원을 이용할 권리가 있어 특별히 소란을 피우지 않은 이상 공원에서 쫓아내는 일은 공권력 남용이라는 판단이다.
지난해 5월 노숙인 김 씨는 서울 중랑구 한 공원에서 음주 상태로 벤치에 누워 있다가 순찰 근무를 하던 경찰관으로부터 술병을 소지하고 있다는 이유로 공원에서 나갈 것을 요구받았다. 이 과정에서 반발한 노숙인은 경찰과 말다툼을 하다 경찰을 밀쳤고, 결국 공무집행방해죄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법원은 공무집행방해죄는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비록 노숙인이 술에 취해 있었지만 열지 않은 술병을 가진 채 공원 벤치에 누워 있었을 뿐이고, 노숙인도 공원을 이용할 권리가 있고 공원 밖으로 나갈 것을 요구한 경찰의 행위를 정당한 공무집행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경찰과 말다툼 끝에 그를 밀쳤다 하더라도 이는 적법한 공무집행이 아니었기 때문에 공무집행방해죄는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서울시 공원녹지과 관계자는 “음주에 관련된 별도의 제한 규정이 없다”며 “술에 취해 소란을 피우거나 특별히 혐오감을 주는 행위를 하지 않는다면 쫓아내지 못한다”고 말했다.
▶시민 85% “공원내 음주 제한해야 한다”=서울시민 85%가 공원 음주를 제한해야한다고 생각했다. 다만 공원 내 전면금지보다는 캠핑장 등 지정구역에서 음주를 허용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많았다.
서울시의 ‘공원 내 음주 문제 엠보팅’ 결과에 따르면 서울 시민 84.9%(1639명)는 ‘다른 이용객에 피해를 줄 수 있어 제한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번 엠보팅은 지난 6월 20일부터 7월2일까지 ‘서울 엠보팅’ 인터넷 사이트와 모바일앱을 통해 진행했으며 서울시민 1929명이 참여했다.
공원 내 음주행위는 전면금지보다는 캠핑장 등 지정구역에서는 허용해야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31.0%(598명)의 시민은 공원 내 전면금지를 원했고, 69.0%(1330명)는 지정구역에서 음주를 허용해야한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현재 법률상 공원 음주에 관해 별도의 규정이 없는 상태다. 이에 10명 중 8명 이상(82.4%)은 공원 내 음주제한을 위해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한편 서울 시내 공원과 어린이놀이터에서 음주를 금지하고, 위반 땐 과태료 10만원을 물리는 방안이 추진됐지만 아직 통과가 되지 않고 있다. 서울시의회는 김구현 의원(더불어민주당·성북3) 등 22명이 발의한 ‘서울특별시 건전한 음주문화 조성에 관한 조례안’이 현재 계류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