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다이어트는 조금 먹고 많이 움직이는 것이 정석이다. 건강을 위해서는 술 담배는 줄이고 운동을 하라고 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만큼 지키기 어렵다. 몸이 바뀌려면 독해야 한다. 주위의 도움도 필요하다.

기자는 집밥과 먼 사람이다. 아침은 거르기 일쑤고, 점심 저녁은 밖에서 먹을 때가 많다. 음식 조절을 할 만큼 의지가 강하지도 않다. 거기다 외부 사람과의 식사가 잦은 직업을 가졌다. 기자가 2주 간의 ‘저염식 체험’을 앞두고 느낀 것은 걱정보다 두려움이었다.

■ 콜레스테롤에 빨간불이 켜졌다

저염식 체험을 앞둔 지난달 초순, 서울아산병원에서 건강진단을 받았다. 현재 몸상태를 진단해 저염체험 후와 비교할 계획이다. 피검사와 소변 검사, 간단한 신체검사를 진행했다.

이어서 염미도 검사가 진행됐다. 평소에 얼마나 짜게 먹는지를 확인하는 검사다. 소금 농도가 다른 콩나물국 5개가 준비됐다. 염도를 모르는 상태에서 각각의 국을 먹고 얼마나 짠지, 국이 입에 맞는 지를 질문지에 체크했다.

검사결과 염미도는 평균이다. 평소 소금섭취는 저염식을 한 것으로 나왔다. 평소에 저염식을 하고 있다니, 기자의 평소 식습관이 나쁘지 않다는 칭찬같아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다. 피검사에서 LDL콜레스테롤(나쁜콜레스테롤)이 136mg/dL로 치료기준(129mg/dL) 보다 높았다. 김순배 아산병원 신장내과의의 말을 빌리자면 “치료가 요구되는 정도”의 수치다.

20대 후반, 콜레스테롤은 당연히 남의 일일거라고 생각했지만 결과를 보니 그간 가졌던 술자리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덕분에 대강 보내면 되겠지 했던 14일이 어느덧 내 몸을 살리기 위한 ‘나트륨과의 전쟁’이 됐다.

저염식, 본지 기자가 직접 체험해 보니... 2주동안 1.3kg 체중 줄어

■ 밥을 챙겨먹기 시작하다

저염식을 시작하기 전, 병원에서 영양사에게 상담을 받았다. 저염식을 할 때 하루평균 염분 섭취량은 5g. 조리음식 외에 자연적으로 하루평균 2g의 나트륨을 섭취한다고 하니 한 끼에 내게 허락되는 나트륨은 1g 정도다. 외식을 할 때 김치, 국, 밑반찬은 피하고 짜지 않게 먹고, 저녁은 사실상 무(無)염식을 해야한다. 허락되는 것은 티스푼 하나 분량의 묽게 만든 ‘저염소스’ 뿐이다. 밥보다 좋아했던 과자도, 탄산음료도 2주간 끊어야 한다.

늦잠을 자서 부리나케 출근을 해야했던 날을 제외하고 아침은 검은콩 쉐이크를 마셨다. 점심 약속 전화가 오면 되도록 샐러드바로 예약해달라고 부탁했다. 평소 샐러드바에서 거들떠도 안보던 ‘풀’을 가득 쌓고 방울토마토에 올리브까지 가득 담았다. 드레싱은 건너 뛰고, 다른 조리 식품도 최소한으로 먹었다. 덕분에 오전 근무 시간을 버티게 했던 ‘점심시간의 행복’이 사라졌다. 간이 안돼 있으니 먹는 재미가 없다.

퇴근 후 장보기는 일상이 됐다. 생전 근처에도 안갔던 신선식품 매장을 한바퀴 돌고 나니 당근, 양배추, 두부, 계란, 방울토마토 등 장바구니가 가득 찬다. 저녁상을 차리는 것 자체가 일이다. 평소에는 대개 김밥, 샌드위치 따위로 간단하게 때웠을 터였다. 야채는 꺼내 다듬고, 잡곡은 쌀과 씻어 잡곡밥을 지었다. 계란도 삶았다. 식단에 채소 2가지, 단백질 1가지는 꼭 들어가야한다는 것이 영양사의 조언이었다.

상을 차리고, 사진을 찍고 나니 여간 뿌듯한게 아니었다. 하지만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에서 밥까지 차려먹어야 되는 귀찮음에는 비할 바가 아니다. 그날 그날, 상을 차리니 내 몸이 섭취하는 식재료 하나하나에 신경을 쓰게 됐다.

■ 20년 같았던 2주, 성공? 실패?

저염식 닷새 째, 지방에 계신 어머니와 통화를 하는 도중에 휴대폰을 들고 있던 손이 떨렸다. “소금 금단 증상인가보다”. 걱정 섞인 어머니의 말에 겁이 났다. 단 것, 짠 것에 길들여진 몸은 생각했던 것 만큼 ‘자극 없는 맛’에 적응하지 못했다. 점심 자리, 저녁 자리에서 만나는 사람들 앞에서 음식을 가려야 하니 민폐도 이런 민폐가 없다.

야심차게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나자 좋게는 ‘융통성’을, 실상은 ‘꾀’를 부리기 시작했다. 최대한 무염을 하려고 노력했지만 어느 정도의 간은 스스로 봐주기로 했다. 저염식을 한 지 일주일 채 되지 않았지만 그새 조금만 간이 된 음식도 살짝 짜게 느껴졌다.

저염체험 일주일을 넘어서자 서서히 몸에 붓기가 없어졌다. 모 방송인이 아침에 코가 가득 부어서 ‘한라봉’이라 불린다더니, 평소 잠자리에서 일어나면 내 얼굴이 바로 그랬다. 눈 두덩이부터 볼까지 ‘땡땡’ 부어서, 오후가 돼야 제 자리를 찾아가곤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아침이 가벼워졌다. 아침에 일어나 거울로 보는 내 얼굴이 어젯밤의 그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출근하는 몸이 가뿐했다.

■ 저염식, 알고 먹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저염체험 2주가 흘렀다. 몸무게가 1.3kg 줄었다. 운동을 단 한번도 하지 않았으니 나쁘지 않은 결과다. 나쁜 콜레스테롤 수치는 3mg/dL 상승했다. 김순배 신장내과의는 “유전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14일, 식습관 만으로 몸이 좋아지기에는 짧은 기간이다. 많은 것을 바라지 않았지만,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게 나오니 막상 억울하다.

저염체험 이후 쌓였던 한(恨)을 풀기 위해 체험종료와 동시에 회사 선배와 중식당으로 향했다. 그토록 먹고 싶던 탕수육인데, 막상 입에 닿은 맛이 기대에 못미친다. 오히려 짜다. 저염체험 동안 혀가 예민해 진 것이다.

저염식을 하면서 확연하게 몸이 건강해 졌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저염체험으로 달라진 것이 있다. 단 한 입의 음식을 먹을 때도 알고 먹으려고 신경쓰게 됐다. 나트륨을 신경쓰며 먹다보니 생긴 습관이다. 적어도 음식을 먹을 때 내가 무엇을 먹고 내 몸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 지 생각해보게 됐다. 확실히 과자가 먹고 싶지는 않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저염식을 하는 것은 생각 이상으로 어려웠다.

기자도 힘들었지만 함께 일을 하는 이들에게 식사시간 마다 미안했다. 사회생활을 하는 이들에게 ‘저염을 해라’라는 주문은 실현 가능성이 낮을 지도 모른다. 다만 소금을 ‘안 먹기’보다 ‘덜 먹기’고, 무엇을 먹는지 알고 먹는 습관을 들이는 것은 조금만 식습관에 신경쓰면 가능하다. 귀찮은 것만큼 건강해진다. 저염식을 두고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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