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길용 기자]대한민국의 경제의 주축인 10대 그룹의 수익성이 급감했다. 이들이 낼 법인세도 줄었다. 그런데 삼성전자가 10대 그룹 이익의 48%, 법인세의 56%를 차지한다. ‘삼성전자 착시현상’을 제거하면 나머지 기업들의 경영악화 정도는 심각한 수준이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의 분석을 종합하면 10대 대기업집단 계열 12월결산 상장법인 87곳의 지난해 세전 순이익은 50조8747억원으로 전년의 59조7976억원보다 14.9% 감소했다.

이들의 법인세 비용도 2012년 11조9224억원에서 2013년 11조2367억원으로 5.8% 줄었다. 법인세 비용은 과세표준액에 따라 적용되는 법인세에 자산과 부채가액 차이에 따른 이연법인세 변동액을 더하거나 빼고 주민세를 합친 수치로 회계상 기업이 부담하는 실제 금액이다.

하지만 세전이익과 법인세 비용의 절반 이상이 삼성전자 몫이다. 삼성전자를 뺀 10대 그룹 상장사의 지난해 세전이익은 전년대비 31.7%나 줄었다. 법인세 비용도 42.3%나 급감한다.

작년 10대 그룹, 수익 -15% 법인세 -5.8%...삼성전자 빼면 -31.7% -42.3%로 악화

삼성을 제외한 9개 그룹 가운데 SK를 제외한 8개 그룹의 실적이 악화했다. SK도 SK하이닉스의 실적 덕분에 이익 성장이 가능했다. 현대중공업그룹(-82.2%), 포스코(-40.7%), 한화(-34.4%) 등의 이익이 큰 폭으로 줄었고, 한진과 GS는 각각 1조1126억원과 5043억원의 세전손실을 기록했다. 삼성도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세전이익이 10조3000억 여원에서 2조3000억 여원으로 77.4% 급감한다.

법인세도 삼성을 제외한 전 그룹이 덜 내게 됐다. 한화(-47.3%), 포스코(-42.8%), SK(-15.8%), 롯데(-8.5%), 현대자동차(-6.7%), LG(-3.9%) 순으로 법인세 비용이 크게 줄었다. 또 적자를 낸 GS와 한진은 각각 원천징수된 법인세 중 1008억원과 966억원씩을 환급받았다. 현대중공업그룹도 세전이익이 1조7000억원에서 3000억원으로 급감한 까닭에 법인세 159억원을 되돌려 받았다.

삼성의 법인세 비용은 2012년 5조7000억원에서 2013년 6조7000억원으로 17.5% 증가했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법인세 비용이 전년대비 87.7% 늘어난 6조3000억원에 달한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삼성의 나머지 상장사가 낸 법인세 비용은 전년의 2조4000억원에서 4000억원으로 82%나 급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