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A=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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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세월이 야속했다. 사자는 더는 위협적이지 않았다. ‘전설의 핵펀치’ 또한 예전 같지 않았다. 경기는 그대로 화끈하지 않게 끝나버렸다.

마이크 타이슨(58)은 16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 AT&T 필드에서 열린 제이크 폴(27)과 프로복싱 헤비급 경기에서 0-33(72-80 73-79 73-79)으로 판정패했다.

19년 만에 프로복싱 무대에 복귀한 타이슨과 폴의 경기는 준비 과정부터 큰 관심을 끌었다.

세계 최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업체 넷플릭스가 독점 중계를 했다. 타이슨은 2000만달러(약 279억원), 폴은 4000만달러(약 558억원)에 이르는 천문학적 대전료를 받기로 했다.

하지만, 타이슨은 당연히 예전의 타이슨일 수 없었다.

30년 전에는 특유의 핵펀치로 상대를 줄줄이 넉다운시켰지만, 그는 이제 환갑에 가까운 나이였다.

그런 타이슨을 위해 대회 주최 측은 12라운드가 아닌 8라운드, 라운드당 3분이 아닌 2분짜리 경기를 편성했다.

이는 타이슨이 조금이라도 더 화끈한 경기력을 발휘해주기를 기대하고 마련한 특별 규정고 다름 없었다.

타이슨은 1라운드 공이 울린 직후에는 날카로운 펀치를 몇 차례 날렸다.

하지만 3라운드부터는 거의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폴 또한 타이슨을 크게 위협하지 못했다. 폴은 지친 기색의 타이슨과의 8라운드 마지막 공이 울리기 직전, 글러브를 낀 양팔을 앞으로 뻗어 고개를 숙였다.

이는 타이슨에 대한 예우였다.

하지만 감동적일 수도 있는 이 장면에서 치열한 경기를 원했던 경기장 팬들의 야유가 이어졌다.

AP통신은 “경기 전 타이슨에게 유리한 규정으로 공정성에 의문이 제기됐지만, 과대광고에 걸맞지 않은 경기력만 남은 것”이라며 “폴이 타이슨에게 경의를 표한 장면에서는 더 화끈한 장면을 원한 팬들의 야유가 터졌다”고 분위기를 보도했다.

팬들 사이에선 경기가 복싱이라기보다는 쇼에 가깝다는 혹평이 나오기도 했다.

이 경기로 폴의 전적은 11승 1패, 타이슨은 50승 7패가 됐다.

대전료만 수백억이었던 경기는 그렇게 끝났다.

타이슨은 관중의 야유에 대해 “나는 세상을 기쁘게 하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했다는 데 만족한다”고 했다.

폴은 “타이슨은 항상 내 편”이라며 “그와 함께 경기를 한 게 영광이었다. 그를 사랑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