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서 작품세계 토론회…“세계 출판계가 한국 주시”
“한강 문학, 부드러움·폭력성 동시에…마법같고 신비로워”
베를린서 작품세계 토론회…“세계 출판계가 한국 주시”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한강의 작품에는 항상 부드러움과 폭력성이 동시에 존재합니다. 그래서 한강의 책은 마법 같기도, 신비롭기도 합니다.”
독일 문학평론가 카타리나 보르하르트는 15일(현지시간) ‘채식주의자’에 대표적으로 드러나는 한강 문학의 특징을 이렇게 요약했다. 한강의 작품을 독일어로 펴내는 출판사 아우프바우의 프리데리케 실바흐 편집장은 “한강처럼 부드러움과 폭력성을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아우를 수 있는 작가는 극히 드물다”고 평가했다.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한강의 작품 세계를 들여다보고 독일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자리가 이날 저녁 베를린에 있는 주독 한국문화원에 마련됐다.
한강을 서양 문학계에 널리 알린 ‘채식주의자’에 우선 관심이 쏠렸다. 실바흐 편집장은 화자가 서로 다른 3부작 구성에 대해 “거대한 소재를 조용하고 차분하게 다루는 잘 짜인 구성이 특별하고 몹시 새로웠다. 그래서 이 작품이 엄청난 성공을 거두고 많은 언어로 번역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르하르트 평론가는 한강이 ‘소년이 온다’를 통해 한국 현대사에서 매우 어려운 소재를 다뤘다며 작가도 박근혜 정부 시절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올라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소개했다.실바흐 편집장은 제주 4·3을 소재로 한 ‘작별하지 않는다’를 다음 달 독일어판으로 출간한다며 “한강은 오랜 트라우마로 남을 수 있는 역사를 들여다 본다”고 말했다.
출판 편집자 톰 뮐러는 ‘채식주의자’ 독일어판을 펴낼 때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영문판을 먼저 출간한 영국 편집자 맥스 포터에게 가장 좋아하는 작가가 누구냐고 물었더니 그가 ‘채식주의자’ 영문판을 보여줬다며 “책을 읽기 시작하자마자 감명받았다”고 했다. “이미 대부분의 독일 출판사가 거절했기 때문에 많은 비용을 지불할 필요가 없었다. 5000유로(734만원)는 매우 가치 있는 것으로 판명됐다”는 그의 말에 청중들이 손뼉을 쳤다.
실바흐 편집장은 “지금까지 미국과 영국 소설을 많이 출간했지만 요즘 출판계는 한국을 주시하고 있다”며 손원평의 ‘아몬드’와 김의경의 ‘헬로 베이비’ 등 최근 독일어판으로 출간한 한국 소설들을 추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독일 배우 도로테 크뤼거가 한강의 ‘채식주의자’와 ‘희랍어 시간’, ‘작별하지 않는다’를 낭독했다. 임상범 주독 한국대사는 축사에서 “한강 하면 ‘한강의 기적’을 자동적으로 떠올린다. 그러나 사실은 많은 노력과 희생의 결과”라며 “한강은 이미 노벨문학상 수상자이지만 최고작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다음 작품을 몹시 고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