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수사비에 보태라며 고위공직자범죄수서처장에게 1500만원을 보낸 80대가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형사8단독 김우정 부장판사는 뇌물공여와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기소된 차모(86) 씨에게 최근 징역 1년을 선고하고 1500만원 추징을 명령했다.
차 씨는 지난 2021년 서울 한 우체국에서 등기우편을 통해 전 A 검찰청 소속 검사를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소하는 서류와 함께 1500만원의 자기앞수표를 공수처장 앞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차 씨는 '존경하옵는 공수처 처장님에게 보고합니다'라는 제목과 함께 '제가 보낸 자기앞수표는 수사비에 보태쓰시기 바랍니다'라는 편지도 함께 넣어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우편은 같은 해 7월14일 공수처 사건관리과에 도착했다.
차 씨는 지난 2019년에도 뇌물공여죄 등으로 징역 10개월은 선고 받았고, 누범 기간에 다시 범행을 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차 씨 측은 이 우편을 공수처장이 직접 받아 연 것이 아니어서 뇌물공여 등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우편물이 공수처 담당 직원에게 전해진 만큼 언제든 공수처장이 이를 받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공무원 직무집행의 공정성과 직무행위의 불가매수성을 침해하고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 신뢰를 훼손하는 행위로 죄질이 가볍지 않다"며 "범행 방법이 매우 허술하고 범행으로 인해 공정한 직무 집행이 저해될 위험성은 낮아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김진욱 공수처장은 지난 19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공수처의 역할론을 놓고 "공수처가 일을 잘해 고위공직자를 상대로 10건의 구속영장을 발부받아 기소했다고 생각해보라. 나라가 안 돌아간다"며 "공수처는 1년에 2~3건 중요사건을 하면 된다. 구속영장이 전부 기각돼 죄송하다. (실제로)영장 10건이 발부되면 큰일난다"고 했다. 김 처장 자리에는 '장차관 수십명 기소하면 나라 망한다'라고 적힌 메모가 포착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