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태열 건강의학 선임기자]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호스피스 돌봄 속에 임종한 환자의 유가족이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 후원회에 1억원을 기부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말기암 진단 후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했었던 故박춘복(가톨릭 세례명:프란치스코)씨의 사별가족인 아내 강인원(가톨릭 세례명:아가다)씨가 지난 3월 17일 병원을 찾았다. 고인이 호스피스 돌봄에 큰 감사를 느껴 생전에 강력하게 원하셨던 기부를 실천하기 위해서다.
고인은 생전에 전자 대리점을 운영하였고, 생전 모은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려는 마음을 늘 지니고 있었다. 슬하에 자녀 없이 아내와 63년의 결혼생활을 이어 가던 중, 지난해 5월 서울성모병원에서 폐암을 진단 받았다. 아내가 과거에 서울성모병원에서 부인암 수술 후 완치 판정을 받았던 터라 병원에 대한 신뢰가 커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을 결심하게 되었다.
호흡기내과 병동에서 치료하던 중 말기 진단을 받고 처음에는 죽으러 가는 곳인줄 알고 호스피스병동 입원을 꺼리다가 11월 14일 첫 입원 후 호스피스에서의 돌봄을 무척 편안해하며 다른 병원은 가지 않겠다 하였다고 가족은 전했다. 이후 호스피스 병동 입원과 퇴원후에는 가정 호스피스 돌봄을 받았다. 하지만 상태 악화로 올해 2월 28일 호스피스 병동에 세 번째 입원을 하였고, 3월 2일 임종하였다.
고인은 평생 아껴 모은 재산을 사회에 기부하고 싶었지만 적당한 곳을 찾기 어려워 고민이었는데, 호스피스 병동에서 환자들에게 따뜻하게 대하는 의료진과 자원봉사자를 만나고 나서, 호스피스에 기부를 결심 하였다고 한다. 기부금을 전달하기 위한 자리에서 영성부원장 이요섭 신부는 “사별가족에게 다시 한번 감사드리며, 고인과 가족들을 위해서 미사봉헌과 함께 기도 중에 항상 기억해 드리겠다."고 하였다.
이어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 박명희 팀장은 “호스피스병동에 자주 입원 하시면서 병동 간호사나 봉사자들이 더 특별히 할아버지(고인)를 생각하셨고, 특히 퇴원 하시고 가정 호스피스 돌봄 동안 의료진에 고마움이 커 고인이 생전에 의식이 있을 때 후원하고 싶다고 의사를 밝혀, 사후에 후원을 받는 것이 원칙이나, 고인의 강한 의지로, 살아계실 때 후원서에 서약을 직접 하였다.”고 설명했다.
고인의 완화의학과 주치의 안창호 교수는 “할아버지는 호흡곤란 등 고통이 매우 크셨을 텐데고 불구하고 항상 웃는 모습과 낙천적인 모습으로 저희를 맞이해 주셨고, 배우자분에 극진한 사랑을 늘 표현 하셨다.”고 가정호스피스 방문 당시 기억을 전했다.
또한 안 교수는 “고인이 댁에서 배우자분과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 지내시기를 원하셔셔, 본원에서만 사용하는 PCA(자가통증조절장치) 등을 통해 적극적인 증상 조절과 의료진의 가정방문을 통해서 마지막까지 아내와 시간을 가지시도록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고인의 조카인 박모씨는 “저희 큰아버지, 큰어머님이 자녀가 없으셔서, 제가 보호자로 투병 생활에서 임종 하실 때까지 곁에서 모시며 이 자리까지 함께하게 되었는데, 두 분이 부자도 아니신데, 호스피스 돌봄에 대한 감사함 때문에, 평생 아껴 모으신 재산을 기부하신 것에 저도 크게 감동하였다.”며 소감을 전했다. 사별아내 강인원 씨는 “처음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 하자 했을 때, 여기는 죽어서 나가는 병동인데 왜 가냐며 안 가시겠다 하셨는데, 병동 생활 하시면서 ‘여기가 곧 천당’이라며 좋아하셨다.”고 하였다. 이어 “할아버지(남편)가 원래 낙천적이고 사람 사귀기를 좋아하는 성격이라 병원에 오면 호스피스병동 분들이랑 시간을 잘 보내셨고, 특히 봉사자분들이 할아버지가 입원 하자마자, 물 떠와서 목욕 시켜 주시고, 면도에 이발도 시켜주시고, 간호사, 의사 선생님들도 따뜻하게 해 주셔서, 우리 할아버지가 마지막 까지도 인기 있는 사람인가 보다고 생각했다”며 감사를 표했다.
보름 전 사별이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고, ‘사랑한다는 말을 더 해줬어야 했었는데’라며 아쉬운 마지막 임종 순간을 전한 아내는 “돈이 없어 치료받지 못하는 형편이 어려운 환자를 위해서 기부금이 사용되면 좋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