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 “3억 이상도 가능하다”
정보기술(IT)업체들이 높은 연봉을 자랑하는 미국 기업들 뺨칠 정도로 파격적인 입사 조건을 내걸며, 인재 유치전을 벌이고 있다. 하반기 채용 시즌에 돌입하면서 다수 기업이 입사 시 1억원 보너스를 내걸었다. 금전 혜택을 넘어 열흘간 성탄 휴가, 코로나19 종식 후에도 원격 근무 등 ‘워라밸’을 보장하는 근무환경도 다양하다. 업계에선 ‘한국 기업이 맞냐?’며 급속도로 달라진 채용 현장을 실감하고 있다.
25일 여가플랫폼 ‘여기어때’는 개발 인재에게 1억원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대규모 채용 계획을 밝혔다. 리드급 인사의 경우 연봉에 더해 사이닝 보너스(입사 보너스) 4000만원과 스톡옵션(주식 매수권) 6000만원을 최소 지급한다. 사측에 따르면 인센티브 상한선을 두지 않았다. 여기어때 관계자는 “능력을 인정받을 경우 3억원 이상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신입사원도 연봉과 별도로 3000만원을 인센티브로 받는다.
IT업계에선 ‘1억원 인센티브’가 더는 파격적 수준이 아니다. 많은 IT기업들이 1억원 상당의 금전혜택을 내세우고 있다. 하반기 공개 채용에 나선 이스트소프트도 최대 1억원 상당의 스톡옵션을 내걸었다. 종합 유통물류 브랜드 ‘부릉’을 운영하는 메쉬코리아도 최종합격한 개발자에게 5000만원 상당의 사이닝 보너스 또는 1억 규모의 스톡옵션을 지급한다.
기업 규모·매출과 상관없이 ‘괜찮은 개발자’ 유치에 1억원은 ‘제값’이란 분위기도 형성되고 있다.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브레인AI’도 개발자들에게 1억원 상당 스톡옵션과 인센티브 및 연간 복지비 1000만원 혜택을 준다. 장세영 딥브레인AI 대표는 “500억 규모의 시리즈 B 투자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냈고, 연이은 공격적인 인재 채용을 통해 퀀텀점프하는 기회를 새롭게 만들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단순 금전혜택을 넘어 ‘워라밸’에 힘을 싣는 근무환경도 조성되고 있다. 모바일 금융 플랫폼 ‘토스’는 최근 채용 공고를 내면서 ‘전직장 연봉 150% 지급’과 더불어 성탄절 전후 ‘10일간 겨울방학’을 제시했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퍼블리카에 따르면 겨울방학 동안 고객센터 등 일부 필수 인력을 제외하고 모든 팀원이 쉬는 것이 원칙이다. 이 기간에는 사내 메신저도 휴식 모드로 전환된다. 임직원 복지 증진 차원에서 겨울방학 제도는 정례화한다. 더불어 지난 4개월간 시범 운영한 금요일 조기 퇴근제도도 다음 달부터 본격 시행된다. ‘주 4.5일 근무제’인 셈이다.
코로나19 종식과 무관하게 사무실 출근 개념을 없앤 기업도 생겼다. 라인을 운영하는 라인플러스는 지난7월부터 원하는 장소 어디서든 근무하는 '라인 하이브리드 워크 1.0'를 시행 중이다. 근무지역은 제주, 강릉 등 국내 어디든 가능하다. 내년 6월 말까지 시행한 뒤, 원격근무 지역을 해외로 확장하는 방안도 고려할 계획이다.
한편 높은 대우 이면에는 치열한 업무 강도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IT기업 4년차 개발자 박모씨는 “번아웃이 오면 이 직무를 버티기 힘든 경험은 다들 가지고 있을 것”이라며 “근무시간이 불규칙한 만큼 몸을 희생한 대가, 이른바 ‘몸센티브’라고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IT업계 관계자는 “개발자 대우가 몇년새 급속도로 올라갔다”며 “이제는 해외 IT기업 수준과 비교해도 마냥 뒤쳐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