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미터, 공수처법 ‘잘못’ 54.2%

중도 58%, 무당 51.7%도 부정적

‘MB·朴 사과’로 중도 설득 기대

국민의힘이 진행 중인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가 거여(巨與)의 벽에 막혀 강제 종료되고 있지만, 여론전의 성과가 일부 나타나면서 고무적인 분위기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 국가정보원법 등 법안 통과를 막지는 못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의 ‘입법독주’를 효과적으로 부각시키며 실익이 적지 않다는 평가다.

국민의힘 한 초선의원은 14일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필리버스터를 통해) 메시지가 (국민에게) 전달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민주당이 법과 절차를 지키지 않고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것에 대해 국민들께서 자신들을 피해자의 자리에 대입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입법과정에서 여당에 밀려 반영되지 못하더라도 국민 목소리를 전달하는 것이 야당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초선의원 역시 “국민들이 민주당의 독주와 오만을 다 지켜보고 계시는 것”이라며 “여론조사에 일희일비 하지는 않고 야당의원으로서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날 리얼미터는 YTN 의뢰로 지난 11일 전국 18세 이상 500명을 대상으로 공수처법 통과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잘못된 일’이라는 응답이 전체의 54.2%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잘된 일’이라는 응답은 39.6%, ‘잘 모르겠다’는 6.2%였다.(95% 신뢰수준 오차범위 ±4.4%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국민의힘에게 고무적인 것은 중도층과 무당층에서도 부정적인 응답이 높았다는 점이다. 중도층에서는 58%, 무당층에서는 51.7%가 공수처법 통과가 ‘잘못된 일’이라고 답했다.

초선의원들이 앞장선 필리버스터가 지지층 결집효과 뿐만 아니라 중도층과 무당층의 관심도 환기하는데 성공했다는 분석이다. 지난 12일 윤희숙 의원이 12시간47분이란 최장 기록으로 국정원법 필리버스터를 마친 것도 긍정적 효과를 냈다고 봤다.

국민의힘은 내년 4월 보궐선거와 내후년 대선을 앞두고 중도·무당층으로의 외연확장에 안간힘이다. 특히, 이번주 중으로 전망되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대국민 사과’가 분수령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과오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준비 중이다. 앞서 당내 강경파의 반발이 쏟아졌지만, 두 대통령에 대한 비판 등 강경파를 자극할 내용 등은 포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 관계자는 “필리버스터가 끝나면 대국민 사과를 하실 것”이라며 “정부·여당의 폭정을 부각시키는 동시에 중도층을 설득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고 기대했다.

정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