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자·출연기관 8곳 등 9곳

민선 6기에 설립시기 몰려

평생교육진흥원 등 중복 논란

서울시 산하 투자·출연기관 전체 25곳 가운데 40% 정도인 9곳이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재임 중에 신설된 것으로 나타났다. ‘3선’의 역대 최장수 시장인 박 전 시장은 전체 8년 9개월 간의 임기 중 에너지공사 등 투자 기관 1곳, 평생교육진흥원 등 출자·출연 기관 8곳을 세웠다. 임기 중 평균 1년에 1곳 꼴로 산하 기관을 만든 셈이다.

21일 서울시 산하 투자·출연기관 설립 현황을 보면, 전체 25곳 중 9곳은 박 전 시장 재임 중 생겨났다. 특히 박 전 시장이 2011년 재보궐 선거에서 당선돼 무상급식 논란으로 중도 사퇴한 오세훈 전 시장의 남은 임기를 채운 다음 재선된 민선 6기(2014년7월1일~2018년6월30일)에 설립 시기가 몰려 있다.

설립 시기 순서로 보면 평생교육진흥원(2015년 3월), 50플러스재단(2016년 4월), 디지털재단 (2016년 5월), 에너지공사(2016년 12월), 120다산콜재단(2017년 4월), 공공보건의료재단(2017년 7월), 서울기술연구원(2018년 3월), 사회서비스원(2019년 2월), 미디어재단 티비에스(2020년 2월) 등 민선 6~7기에 집중된다. 2015년 이후로 치면 6년 간 9곳이다.

박 전 시장은 또한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 등 둘로 나뉘어 있던 도시철도 부문을 통합함으로써 2017년 5월에 거대 서울교통공사를 출범시켰다. 또한 재정난에 허덕이던 관광마케팅㈜를 2018년 4월에 관광재단으로 재단화했다.

전임 민선 시장들과 견주면 박 전 시장 기간 중 기관 수는 지나치게 많다. 이명박 전 시장의 경우 임기 4년(2002년 7월~2006년 6월) 동안 복지재단, 문화재단, 시립교향악단 등 3곳이다. 오세훈 전 시장(2006년 7월~2011년 8월)은 5년여 간 관광마케팅㈜, 디자인재단, 장학재단 등 3곳 뿐이다.

설립 과정에서도 사업 중복 논란이 빚어졌다. 모든 시민에게 평생교육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만든 평생교육진흥원은 2014년에 기존 서울연구원 밑에 부속기관으로 설치한 것을 2015년에 독립시킨 것이다. 그런데 시는 1년 뒤에 50대 이상 중장년층만을 위한 50플러스재단을 또 세웠다. 평생교육진흥원은 자유시민대학을, 50플러스재단은 50플러스 캠퍼스를 각각 밑에 둬 교육 업무가 중첩된다.

1992년에 세워진 기존 서울연구원을 두고 스마트시티 등 디지털 분야 연구만 전담하는 디지털재단을 2016년에, 기술연구 만을 전담하는 기술연구원을 2018년에 따로 설립했다. 이 과정에서 ‘자리 만들기’란 뒷말이 나왔다. 또한 시 직속이던 교통방송은 시장과 시정의 정치 홍보 도구로 활용될 소지에도 불구하고 운영의 안정화를 꾀하는 취지로 재단화했다.

이 밖에 시 직영 조직 및 시설로 서울시역사편찬원, 서울기록원, 농업기술센터, 서울식물원, 보건환경연구원, 청년청, 서울혁신파크, 새활용플라자, NPO지원센터, 한성백제박물관, 서울공예박물관 등이 박 전 시장 밑에서 생겨났다.

행정기구도 수차례 바뀌었다. 시민옴브즈만위원회, 서울민주주의위원회 등 합의제 기구가 새로이 조직됐고, 서울혁신기획관, 청년청담당관, 남북협력담당관, 전환도시담당관 등은 설치단계에서 서울시의회로부터 ‘불요불급한 조직’이란 비판을 받기도 했다. 김정태 시의원은 지난해 6월 기획경제위 회의에서 “너무 과감한 기구 신설을 철회하고, 이에 대한 비상대책을 강구하는게 낫겠다”고 지적했다.

현재 시 조직은 현재 3부시장 6실5본부 10국 14관단 155과담당관, 3사업본부 32직속기관 46사업소, 1처 1실 5담당관이다. 박 전 시장이 민선 7기 취임 기자회견에서 5부시장 체제 전환 계획을 밝히며 민생경제특별위원회, 기후생태특별위원회, 포스트 코로나 기획위원회 등 3개를 시장 직속으로 설치하는 안은 시장 결재 직전에 시장이 유고함으로써 불발됐다.

박 전 시장 밑에서 비대화, 방대화한 조직은 내년 4월 보궐선거 이후 부임할 차기 시장에겐 어떤 식으로든 적잖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새 시장 취임 후 박 전 시장의 시정 철학을 현장에 구현하기 위해 만든 신설조직들은 ‘정리 대상’이 되거나, 시장 측근의 낙하산 자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폐해란 지적이 나온다. 한지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