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 법무장관, 중국의 세계경제 지배 경계
中 경제력 지렛대로 美변화시키려해 진단
美회사 단기 실적 급급해 中 부축적 도와
미 기업인 등록없이 중국 로비땐 처벌 시사
[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윌리엄 바(사진) 미국 법무부 장관은 16일(현지시간) “중국 지도자의 궁극적인 야망은 미국과 무역을 하는 게 아니라 미국을 습격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월트디즈니·애플 등은 ‘중국의 노리개’라며, 과도하게 이용당하면 법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시사했다. 많은 미국 기업이 단기 이익을 위해 중국의 요구에 순응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다.
미 법무부·폭스뉴스·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바 법무장관은 이날 미시간주(州)에 있는 제럴드 포드 대통령 박물관에서 열린 중국 정책 관련 행사에서 “21세기 우리나라와 세계에 가장 중요한 문제는 중국 공산당의 글로벌 야망”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중국 정부는 세계 경제를 지배하고, 세계 최강대국(preeminent superpower)인 미국을 뛰어넘으려는 목적으로 경제적 기습공격에 개입하고 있다”고 했다. 기술·제약·엔터테인먼트 산업 분야를 예로 들었다.
그는 “미국인은 무역과 투자가 중국 정치시스템을 자유화하길 희망했지만, 정권의 근본적 특징은 결코 변하지 않았다”며 “미국이 중국을 변화시키긴커녕 중국이 경제력을 지렛대삼아 미국을 변화시키려 한다”고 말했다.
바 법무장관은 “중국 공산당은 정부와 시민사회가 다양한 촉수를 사용해 잘 조직화된 활동을 펼쳐 우리 기관의 개방성을 활용, 그들을 파괴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법으론 환율조작·지식재산권 탈취·사이버공격·스파이활동 등을 꼽았다.
그는 특히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 2025 인니셔티브’에 우려를 표했다. 로봇공학·전기차·항공 등 최첨단 기술 분야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중국의 계획이다. 수천억달러의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미국의 기술 리더십에 실제적 위협이 되고 있다”고 했다.
바 법무장관은 미국이 희토류·제약 부문의 활성원료 등 특정 분야에선 위험할 정도로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월트디즈니와 애플 등에도 비판을 가했다. 한 때 중국엔 검열로 인해 영화를 팔지 못했던 디즈니는 이에 굴복해 상하이 디즈니랜드 관리권을 중국에 내줬다고 했다. 애플은 최근 인기 뉴스사이트 쿼츠가 홍콩 민주화 시위를 보도한 데 대해 중국 정부가 불만을 표하자 중국 앱스토어에서 이를 삭제한 걸 예로 들었다.
바 법무장관은 “중국 정부가 미국과 서구 민주적 가치를 희생해 영향력과 부를 축적할 수 있게 도와주고 있다”며 “미국 회사는 위험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다음 분기 실적 보고서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중국 공산당은 수십년, 수세기에 관해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미국 기업 대표들은 스스로를 로비스트로 생각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이용당할 수 있다는 걸 경계해야 한다”며 “외국 회사나 정부를 위한 노력이 외국인 로비법을 위반하는 것일 수 있다”고 경고, 외국대리인등록법(Foreign Agents Registration Act)을 거론했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개인·단체 등이 외국 정부나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역할을 하면 해당 정부와 관계·경비 등을 법무부에 등록토록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