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경기 둔화 우려 선제 대응
2003년·2015년 통화정책 반영
요우커 감소땐 내수 타격 불가피
민간소비·수출 회복 촉매제 필요
4~5월 진정시 성장률 0.15%P↓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에 따른 경기 둔화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한국은행이 조기에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과거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때에도 한은이 즉각 기준금리를 내리면서 선제 대응에 나섰다.
한은은 과거 2003년 4월 국내 첫 사스 환자가 발생했을 당시 바로 그 다음 달인 5월에 기준금리(당시 콜금리 목표)를 연 4.25%에서 4.00%으로 0.25%포인트 전격 인하했다.
한은은 당시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을 통해 “국내 경기는 사스 확산에 따른 부정적 영향도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며 “이와 같은 점을 종합적으로 감안하여 경제활동의 과도한 위축을 방지하기 위해 콜금리 목표를 하향조정하여 운용한다”고 밝혔다.
그러고 나서 한은은 두달 뒤인 7월에 기준금리를 한 차례 더 인하했다.
2015년 5월 국내에서 첫 메르스 감염자가 발생됐을 때에도 한은은 곧 바로 다음달인 6월에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1.50%로 내렸다. 앞선 3월에 이미 인하(2.00%→1.75%)를 단행했던 상황이었지만 메르스에 따른 경기 하방위험 확대로 석달 만에 한 차례 더 기준금리를 하향했다.
당시 한은은 결정문에서 “국내경제를 보면 수출 감소세가 확대되고 회복세를 보이던 소비도 메르스 사태가 발생하면서 위축되는 모습”이라며 “수출부진, 메르스 사태의 영향 등으로 4월에 전망한 성장경로의 하방위험이 커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다시 4년여만에 호흡기 질환 리스크가 발생된 가운데 한은은 우선 전개 추이와 경제·금융 상황에 미치는 영향을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윤면식 한은 부총재는 30일 한은 본관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동결 결정과 관련해 상황점검 회의를 주재한 뒤 기자들과 만나 “과거 사스나 메르스 때도 여타 이유 요인으로도 금리를 내린 측면이 있기 때문에 현재로선 기준금리 인하로 즉시적인 선제 대응에 나설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기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뚜렷해질 경우 인하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사람들이 감염을 우려해 외부 활동을 줄이고, 중국 관광객도 급감하면 내수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미 작년 우리 경제의 민간소비는 6년래 최저인 1.9%로 쪼그라질대로 쪼그라져 있다. 여기에 중국 경제가 직격탄을 맞게 되면 우리 수출 회복에도 찬물을 끼얹게 된다.
안재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인한 경제심리 하락으로 민간소비 부진은 예상보다 빠르게 전개될 전망”이라며 “정책 대응 중 추경 편성을 논하긴 이르기 때문에 남은 수단은 기준금리 인하”라고 말했다.
해외 경제분석 기관도 우한 폐렴에 따른 한국 경제 둔화 가능성을 제기했다. 옥스퍼드대 산하 연구기관인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토미 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바이러스 발병이 중국 소비에 영향을 주고 (중국의) 한국 소비재와 중간재 수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며 “한국의 연간 성장세가 종전 예상보다 둔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KB증권은 우한 폐렴이 4~5월 내 진정될 경우 우리 경제성장률의 0.15%포인트 하락 요인이 되고, 7~8월까지 지속시 0.2%포인트 내외의 감소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서경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