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주인 바뀐 ‘아시아나’ 최우선 과제는 ‘안전’

‘오즈의 마법사’, HDC현대산업개발에 매각되기 전 아시아나항공을 부르던 별명이다.

아시아나항공의 편명이 ‘OZ’로 시작되는 것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그 내용을 살펴보면 그다지 달가운 이름은 아니다. 적은 기체 수의 스케줄을 최대한 빡빡하게 운영해 최대한의 노선을 감당하는 ‘마법’을 부린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항공업의 제1원칙을 안전으로 꼽는 것은 고도 수천m 상공에서 고객들이 믿을 구석이 항공사와 그 승무원, 정비사 뿐이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하고도 대형 항공사(FSC)를 이용하는 것 역시 상대적으로 저비용항공사(LCC)에 비해 안전할 것이란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호아시아나그룹 시절 아시아나항공은 이같은 고객의 믿음에 다소 미치지 못 했다.

최근 아시아나항공은 크고 작은 사고를 겪었다. 지난해 10월에는 미국 로스엔젤레스로 출발 예정이던 A380에서 엔진 결함으로 화재가 발생해 이륙이 2시간 40분 지연됐다. 그보다 한달 전에는 같은 기종의 비행기에서 공기압 계통에 이상이 발견돼 하루 이상 지연됐고 지난해 5월에는 스페인 바로셀로나에서 인천으로 출발하려던 B777의 타이어 손상이 출발 직전 발견되기도 했다.

사고가 잇달아 발생하다보니 항공 안전성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리 없다. 2018년 항공교통서비스 평가에서 아시아나항공은 C등급(보통)으로 에어서울과 함께 가장 낮은 성적표를 받았다. 전년 대비 두 계단이나 하락 한 것.

이어지는 사고의 원인은 무리한 노선 및 기재 운용에서 비롯됐다. 지난 3분기 말 기준 아시아나의 국내 10개 도시 해외 64개 도시에 총 74대의 여객기를 운영했다. 경쟁사인 대한항공이 국내 13개 도시 해외 114개 도시에 146대의 여객기를 투입한 것을 감안하면 기체와 승무원에 가해지는 부담이 훨씬 크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평균 기령 또한 12.18년(2018년 말)으로 국적 항공사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장기간 재무 부담에 시달리다 보니 신형 기재 도입이 늦었던 탓이다.

안전을 지키지 못하는 항공사는 높은 수익을 얻기도 어렵다. 사고가 곧 손실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2013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착륙 중 랜딩기어가 활주로 앞 방파제에 부딪혀 3명이 사망하고 167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는 사고를 낸 아시아나항공은 내년 3월1일부터 4월 14일까지 45일 간 인천-샌프란시스코 노선 운항 정지 명령을 받았다. 이번 운항정지로 약 110억원의 매출 감소가 예상된다.

다행히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한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아시아나항공을 신속히 안정화해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항공사로 거듭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말보다 중요한 것은 실천이다. 새로 아시아나항공에 유입되는 자금 2조1800억원이 단순히 차입금 상환 등 재무건전성 확보에만 쓰여서는 안 된다. 고객들은 이 돈이 신규 기재 도입, 정비와 승무원 교육 등 안전과 관련된 전반적인 시스템 개선에도 효율적으로 사용되길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