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3社 모두 연간 목표량 미달

현대중공업 12월에만 28척 수주

막판 수주전 펼쳐 ‘암흑기 전환점’

카타르 10년간 LNG선 100척 조달

기술 우위 한국 뚜렷한 회복세 기대

조선사들이 오랜 구조조정의 암흑 터널을 빠져 나오고 있다. 무역량 회복과 압도적인 LNG(액화천연가스) 경쟁력이 부활의 기반이다. 경제연구소들과 업계 모두 2020년을 전환점으로 보고 있다. 중국의 매서운 추격을 국내 조선업계는 기술로 이겨냈다. 중국의 조선굴기 꿈은 기술력 격차에 한국에 무릎을 꿇은 형국이다. 실제 중국 조선업은 외형상으로는 여전히 한국의 막강한 경쟁국이지만, 내실을 따져보면 한국이 우위다. 중국 조선사는 비교적 마진이 덜한 벌크선이나 자국 발주량에 기대고 있을 뿐이다.

▶ LNG 싹쓸이 한국…2020년 수주 잭팟 터진다= 한국 조선업의 뛰어난 기술 경쟁력의 바로미터는 단연 LNG선이 꼽힌다. LNG는 천연가스(Natural Gas)를 액화한 것을 지칭한다. 천연가스를 162℃의 액체 상태로 전환(액화)시키면 부피가 600분의1로 감소돼 저장 및 운송이 용이해진다.

LNG 시장은 확대일로다. 화석연료에서는 온실가스가 발생한다. 이에 청정에너지 선호, 셰일가스 등장과 중국, 인도, 동남아시아 등 수요 증가로 천연 가스 수요는 증가 일로다. LNG는 태양광 보다는 덜하지만 친환경 연료로 인정받고 있다.

LNG의 원료격인 천연가스(NG) 수요는 2017년 3조6700억㎥ 에서 2040년이면 5조3700억㎥로 1.46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입은 중국·인도·기타 아시아국 중심, 수출은 미국(셰일가스)과 카타르 등 중동이 주도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처럼 공급과 수요가 동시에 늘어나는 LNG를 실어 나를 LNG선 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은 독보적이다. 클락슨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글로벌 LNG선 선복량은 총 582척이다. 이 중 한국이 373척(64%)을 차지한다. 일본 131척(23%), 중국 38척(7%), 기타국가 40척 (7%) 건조량과 비교할 때 월등히 앞서고 있다. 조선사별로 대우조선해양이 145척, 삼성중공업이 124척, 현대중공업이 92척을 건조했다. 지난해 수주량으로 볼 때 국내 조선 3사는 51척을 수주했다. 금액으로는 99억달러에 달한다. 향후 발주 전망도 밝다.

클락슨은 2028년까지 연평균 80척, 570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가 발주될 것으로 전망한다. 액수로는 연간 약 16조원 정도의 시장으로 추산된다. 특히 올해 발주 기대감이 높다. 기대가 높았던 지난해 발주가 지연되며 올해 발주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올해는 카타르와 모잠비크발 대형 발주가 진행될 예정이다. 특히 카타르 정부는 향후 10년간 100척의 LNG선을 조달할 계획으로, 국내 조선 3사의 수주전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 불확실성 해소…조선업황 전반적 회복세 뚜렷해진다= 지난해 국내 조선 3사는 모두 연간 목표 수주량에 미달했다. 그나마 12월 막판 수주를 쓸어담으며 11월까지 극도로 부진했던 수주량을 만회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다르다. LNG선의 수주 기대감이 높은 데다 조선업을 둘러싼 제반 환경도 우호적인 환경으로 바뀌고 있다. 실제 지난해 조선업의 발주 환경은 불확실성이 지배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장기화에 따른 세계 경기침체로 물동량 감소를 우려한 선주들이 발주를 미뤘다.

여기에 이달부터 시행에 들어가는 ‘IMO(국제해사기구) 2020’ 환경규제는 선주들 간에 눈치보기 장세를 연출시키며 관망세를 확산시켰다. 이런 분위기가 달라진 건 지난해 12월부터였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1단계 합의와 올해 글로벌 경기의 회복 전망이 더해지자 눈치를 보던 선주들이 일제히 발주에 나서기 시작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2월에만 28척, 28억달러를 수주하며 막판 급피치를 올렸다. 주요 연구기관들의 올해 전망도 긍정적이다. 산업연구원은 올해 조선 생산량 전망을 934만 CGT로 잡았다. 이는 지난해의 902만 CGT 대비 3.5% 성장한 수치다.

현대경제연구원도 환경규제로 인한 신조선 주문 증가,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LNG 선박 수주 증가 등의 영향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하며, 2020년 선박 수출은 2019년 대비 15% 증가한 267억 달러로 예상했다. 연구원은 새해 “조선업은 유가 하향 안정화, IMO 환경 규제 시행, 업그레이드 기로에 선 중국 조선업 등이 주요 이슈로 부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순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