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기자단 신년 인터뷰서 제도개혁 역설
택시업계-‘타다’ 중재 정부 역할 주문
“젊은이 역할 위해 세대교체 더 빨라져야”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국내 신산업의 발전이 기득권 장벽에 막혀 있다고 진단하며 법과 제도의 낡은 틀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지난 26일 서울 중구 상의회관 집무실에서 출입기자단과 가진 신년 인터뷰에서 국내 새로운 사업기회가 눈에 띄지 않고 있다며 그 원인 중 하나로 기득권 장벽을 지적했다.
박 회장은 “기득권은 대기업부터 소상공인, 영세사업자까지 포함한다”며 “새로운 산업 변화를 일으키는 게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고착화되면서 전체 역동성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미국 경제지 포천의 '글로벌 기업' 순위에서 지난 10년 간 미국은 10대 기업 내에서 7개 기업이 바뀐 반면 우리나라는 2개만 바뀌었다. 진입장벽을 갖춘 집단이 계속 자리를 유지하면서 입출에 변화가 없는 상황이다.
박 회장은 기업들의 투자가 감소한 이유도 새로운 사업기회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며 “투자는 의지의 산물이 아니라 기회의 산물이다”고 재차 강조했다.
최근 택시업계와의 갈등으로 사업 확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타다’ 서비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박 회장은 “이해집단끼리의 충돌로만 보고 상호 합의해서 오라고 할 일은 아니다. 정부가 택시업계의 어려움을 이용해서 의무를 해태한다는 생각까지 든다”고 강하게 지적했다.
이어 “새로운 사업이 나올 때마다 기존 유사 사업자 측에서 피해를 주장하면 미래지향적 기회를 다 막을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기득권과의 충돌에서 빠져나올 수 있게끔 해주면서 정부가 피해를 보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법과 제도의 개선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데이터 3법과 서비스 산업 발전 그리고 대형마트 규제 완화 필요성을 역설했다.
박 회장은 “제조업이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에 고용 등의 면에서 서비스 산업의 문을 더 열어야 한다”며 “특히 미래 산업은 데이터를 이용 못하면 꽝이다. 국회 법안처리가 막혀 있는데 빨리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대형마트 규제 역시 이제 실효성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온라인 유통 발전으로 유통 형태가 극단적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대형마트 규제 한다고 전통상권이 살아나는 효과도 크지 않다”며 “높은 인터넷 보급률 및 스마트폰 보급률, 주거문화 등이 복합돼서 온라인 유통이 폭발적으로 늘었는데 두 집단(전통상권과 대형마트)의 충돌로만 보고 있으니 결과가 안 나오는 것이다”고 비판했다.
세대교체 필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박 회장은 “세대교체는 훨씬 더 빨라져야 한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앞으로 미래 시대에는 젊은이들이 더 빨리 중요한 역할들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정부 국정농단 사태를 겪으면서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위상이 떨어진 반면 대한상의의 존재감이 커졌다는 평가에 대해선 “전에는 의견을 제시해도 경제 5단체 중 하나로 받아들여졌지만 지금은 책임감이 굉장히 커졌다. 발언에도 굉장히 신중할 수밖에 없다”며 우회적으로 어려움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