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베리와 ‘5G-AI 협력’ 논의
현안 직접 챙기는 총수리더십
잇단 위기 속전속결 정면돌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위기돌파 행보가 ‘전광석화’격으로 빨라지고 있다. 이상훈 이사회 의장을 포함해 핵심 경영진 7명이 구속되는 사상 초유의 리더십 공백 속에 18일 오전 창사 81년 만에 무노조 정책을 사실상 폐기하는 사과문을 내고 오후에는 스웨덴 마르쿠스 발렌베리 SEB 회장을 만나는 등 흔들림없는 글로벌 경영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18일 오후 발렌베리그룹의 오너이자 스웨덴 금융그룹 SEB 대표인 마르쿠스 발렌베리 회장과 만나 5G(5세대 이동통신)와 AI(인공지능) 등 양사 간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발렌베리 회장과의 만남은 노조 와해 사건에 대한 유죄 판결 등으로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이뤄진 것이라 주목된다. 그룹 총수로서 자칫 동요할 수 있는 내부 분위기를 다잡는 동시에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 적극적인 글로벌 경영 행보를 이어가겠다는 이 부회장 의지가 반영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양 그룹은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사업 영역 등에서 유사점이 많다.
발렌베리그룹이 스웨덴 경제에 차지하는 비중도 삼성과 비슷하며, 양사의 인연도 상당히 깊은 편이다.
삼성은 발렌베리 가문과 2000년대 초반부터 인연을 맺어 왔다. 이건희 회장은 2003년 스웨덴 출장 시에 발렌베리재단의 고(故) 페테르 발렌베리 이사장과 마르쿠스 발렌베리 SEB 회장 등을 만나 기업 경영 시스템과 사회복지사업 등 사회환원 방안에 대해 논의한 바 있다.
2013년엔 이 부회장의 지시로 삼성전자와 삼성경제연구소에서 별도 전담팀을 구성해 발렌베리그룹의 지배구조와 사회공헌활동을 연구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발렌베리 회장까지 만나며 올 한 해 숨가쁜 글로벌 경영행보를 가속화했다. 위기일수록 내부 결속을 다지고 새로운 사업기회를 발굴하기 위한 광폭행보다.
이 부회장은 올 2월 첫 현장경영 행보로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을 방문한 데 이어 일본, 중동, 인도 등 잇따라 출장길에 올랐다. 글로벌 네트워크 복원에도 총력을 기울이며 2월 모하메드 빈 자이드 UAE 아부다비 왕세제를 비롯해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3월), 사우디아라비아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 회동(6월, 9월), 베트남 응우옌 쑤언 푹 총리(11월) 등 세계 정상과 유력인사를 만나 사업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이 속전속결의 과감한 결단력으로 조만간 준법경영강화안을 전격 발표하고 사장단 회의를 3년 만에 부활시키는 등 빠르게 위기를 봉합, 새로운 2020년대를 준비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이사회 의장 구속 등 사상 초유의 경영공백 사태에 반도체 다운턴, 미중 무역분쟁 불확실성 등 엄중한 경영환경 속에서도 총수 리더십으로 현안을 직접 챙기며 위기를 정면 돌파하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천예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