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데이터 주행환경 접목
실제 개발과정 상당부분 대체
‘VR 품평장’서 20명 동시평가
버추얼 공간 부품·색 등 교체
신차개발기간·비용 감소 전망
R&D 재투자 선순환 구조 확립
현대·기아자동차가 17일 경기도 화성시 남양기술연구소에서 VR을 활용한 디자인 품평장과 설계 검증 시스템을 공개하고,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를 본격 가동했다.
버추얼 개발은 다양한 디지털 데이터를 가상의 자동차 또는 주행 환경에 접목해 개발 과정을 상당 부분 대체하는 작업이다.
디자이너가 원하는 대로 빠르게 디자인을 바꿀 수 있고 실물 시제작에서 검증하기 힘든 오류를 개선해 차량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은 지난 3월부터 매달 ‘VR(Virtual Reality·가상현실) 디자인 품평장’에 매달 참석하고 있다. 첫 수소 전용 대형트럭 콘셉트카 ‘HDC-넵튠’의 최종 디자인 평가부터 그랜저 후속 모델 디자인 개발 회의까지 디자인 품평을 통해 개발진들과 아이디어를 공유하기 위해서다. 글로벌 디자인 헤드쿼터를 가상 공간에 띄워 향후 글로벌 관계자들과 디자인 언어를 공유하겠다는 전략이다.
양희원 현대차 보디기술센터장 전무는 이날 미디어 공개 행사에서 “현대·기아차는 미래 모빌리티 개발에 유연하고 신속하게 대응하고자 지난 7월 연구개발본부 조직 체계를 ‘아키텍처 기반 시스템 조직’으로 개편했다”며 “그 일환으로 ‘버추얼차량개발실’을 신설해 이번 프로세스를 준비한 것”이라고 말했다.
20명이 동시에 디자인을 평가할 수 있는 ‘VR 디자인 품평장’이 대표적인 시설이다.
150억원을 들여 완공한 품평장엔 36개의 모션캡쳐 센서가 설치됐다. 이 센서는 VR 장비를 착용한 평가자의 위치와 움직임을 1㎜ 단위로 감지한다. 평가자들은 가상공간에서 간단한 버튼 조작으로 부품과 재질, 색을 바꿀 수 있다.
현대·기아차 디자인 부문은 조만간 유럽·미국·중국·인도디자인센터 등과 협업해 하나의 가상공간에서 차량을 디자인하고 평가에 참여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또 아이디어 스케치 등 초기 단계까지 VR 기술을 확대하고, 실제 모델에 투영해 평가하는 AR(Augmented Reality·증강현실) 기술도 도입할 계획이다.
현대·기아차가 이날 함께 공개한 설계 품질 검증 시스템은 지난해 6월 구축됐다. 3차원 설계 데이터를 모아 3D 디지털 차량을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품질을 평가한다.
직접 경험한 VR 설계 품질 검증 시스템의 완성도는 뛰어났다. 운전석처럼 마련된 의자에서 디지털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은 물론 차량을 절개하거나 엔진룸 안의 공기 흐름을 확인하는 등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입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현대·기아차는 상품기획 단계부터 생산까지 전 과정에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를 도입할 계획이다. 다품종, 저비용, 고효율 차량 개발을 가속화하기 위한 전략이다.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의 도입으로 신차 개발 기간은 약 20%, 개발 비용은 연간 15% 수준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절감되는 비용은 R&D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로 확립한다는 방침이다.
알버트 비어만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 사장은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 강화는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 변화와 고객의 요구에 빠르고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한 주요 전략 중 하나”라며 “이를 통해 품질과 수익성을 높여 R&D 투자를 강화하고 미래 모빌리티에 대한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찬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