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훈 이사회 의장 법정구속…이사회 중심 경영 구도 흔들

- 이재용 부회장 10월 등기이사 임기 만료…반도체 턴어라운드 시점 공격적 의사결정 지연 가능성

- 이 부회장 발렌베리그룹 회장 회동 이후

삼성 초유의 경영 공백 재발방지 후속 방안에 촉각

[헤럴드경제=정순식 기자] 삼성전자가 넉달 만에 또 다시 고개를 숙였다. 삼성전자는 지난 17일 이상훈 이사회 의장이 징역 1년6개월 실형을 받고 법정구속된 뒤 18일 오전 공식 입장문을 내고 사과와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이날 삼성전자의 입장 발표는 지난 8월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대법원 선고 직후 이뤄진 입장발표 이후 넉달 만이다. 재계는 글로벌 핵심 기업 삼성전자가 미래 경영 구상에 전념하기도 버거운 시점에 이처럼 연달아 사법 리스크에 입장문을 내는 현실이 가져올 파장에 적잖은 우려를 표하면서, 삼성이 곧 준법감시기능 강화 등을 담은 재발방지 방안 등을 발표할 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룹 총수에 이어 이사회 의장 마저 부재하는 초유의 경영 공백 현실에 대한 삼성전자 내부의 위기감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지난 8월 대법원 파기 환송 선고 이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10월 등기이사 임기 만료로 이사회에서 빠진 바 있다. 이어 이사회의 수장인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이 실형을 선고 받고 법정구속되며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에서 사내 이사가 석 달 만에 5명에서 3명으로 줄었다. 이사회 기능의 약화가 불가피해졌다.

재계에서는 시점이 특히 아쉽다고 분석한다. 1년이 넘게 이어지는 반도체 다운턴으로 부진한 실적을 보이고 있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시장 회복기를 앞둔 중차대한 시기에 의사결정의 공백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삼성전자는 연이은 ‘사법리스크’로 2020년을 준비할 첫 단추인 정기인사 마저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불확실성이 짙어지자 삼성그룹 임직원들의 내부 동요 또한 적잖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우려는 지난 8월 나온 입장문에서 이미 예견된 바 있다. 당시 삼성전자는 사과와 재발방지를 약속하면서 동시에, “삼성은 최근 수년간, 대내외 환경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어 왔으며, 미래산업을 선도하기 위한 준비에도 집중할 수 없었던 게 사실”이라면서 “갈수록 불확실성이 커지는 경제 상황 속에서 삼성이 위기를 극복하고 국가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과 성원 부탁 드린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판결로 이 부회장의 이사회 중심 경영 구상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이 부회장은 과거의 미래전략실 대신 상법에 명시된 이사회 중심 경영으로 의사결정 구조(거버넌스)의 변화를 꾀해왔다. 이상훈 의장은 대표이사가 아닌 등기이사가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된 첫 사례였다.

재계 관계자는 “이사회 의장 구속까지는 예상치 못했는데 충격”이라며, “삼성전자가 공언한 이사회 중심 경영으로 전환한다는 뉴삼성 구상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삼성전자가 사과 입장문을 발표함에 따라 재계의 관심은 삼성의 불법행위의 재발방지 방안으로 모아지고 있다. 특히 이 부회장이 18일 한국을 방문한 스웨덴 발렌베리 가문의 수장 마르쿠스 발렌베리 SEB 회장을 독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후 행보가 초미의 관심사다. 스웨덴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으로 꼽히는 발렌베리그룹은 삼성이 기업운영 방식을 벤치마킹하는 곳이어서 삼성의 준법감시기능 강화의 롤모델이 될 가능성이 점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