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블로그 배우고 싶지만 어려워 ‘막막’
온라인 쇼핑액 최대…“이미 늦은 것 같아 포기”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서울 영등포구에서 유통업을 하고 있는 최모(60) 씨는 유튜브로 포토샵을 배우고 있다. 최근 포털의 쇼핑몰을 오픈했지만 단순히 상품 사진을 올리는 것으로는 고객들을 사로잡기 어렵다는 것을 깨달아서다. 카카오톡만 겨우 해오던 최 씨에게 현란한 모바일 홍보 기술을 가진 새로운 젊은 경쟁업체들은 무서운 존재다. 홈페이지 관리하는 사람을 뽑거나 업체에 마케팅을 맡기면 좋겠지만 비용이 부담스러워 그는 ‘독학’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6개월이 걸려 기본적인 그림 배경 없애기를 터득할 만큼 배움은 더디다. 그는 “사실 바깥에서 사람을 만나고 영업하는 것이 더 익숙하다”며 “하지만 골치 아프다고 놔두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가 없어 뭐라도 해보려고 한다”고 전했다.
모바일 쇼핑을 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인터넷 트렌드에 익숙하지 않은 5060대 자영업자들은 경쟁에서 도태되고 있다. 모바일 쇼핑몰 운영에 어려움을 겪어 유령 사이트로 방치해두거나, 죽어가는 상권에서 오프라인 시장을 고집하며 폐업 위기에 놓이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서울 마포구에서 옷가게를 운영했던 이현숙(55) 씨는 이에 모두 해당한다. 지속적으로 매출이 떨어지다 반토막이 나자 임대료를 내기도 어려워진 그는 인스타그램과 블로그를 만들었다. 그러나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올리는 기본적인 것조차도 버거웠다. 사진을 찍을 때마다 초점이 나가고 흔들려 사진을 찍는 데에만 반나절이 걸렸고,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편집하는 일도 쉽게 익숙해지지 않았다. 결국 블로그 관리에 고등학교 딸까지 동원됐다. 이 씨는 “공부하는 딸한테 사진 올려달라고 하기도 미안해 다 그만뒀다”며 “이제 장사도 젊은 사람들이 더 잘하는 시대가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에게도 ‘디지털 쇼핑’의 시대는 막연하게 예고된 일이었다. 그러나 모바일 시대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도래할지, 모바일 고객을 위해서는 어떤 마케팅이 필요한지 등 전략을 세울 여력도 능력도 없었다. 이 씨는 “‘시대가 변하는 것 같다’라고만 생각했지만 나의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그동안 해왔던 것처럼 성실하게 열심히 살면 되겠거니 악착같이 살았을 뿐”이라고 했다. 아직도 돈을 입금하려면 은행을 찾는 그에게 ‘모바일 쇼핑몰’은 엄두도 안나는 일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모바일 거래는 대세를 넘어 쇼핑의 기본으로 정착할 분위기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33조5558억원으로 2001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작년 3분기보다 20% 가까이 급증한 것이다. 온라인 쇼핑 중 모바일 거래가 65%를 차지했다. 5060대 소상공인들의 디지털 역량 강화를 위한 제도적 지원이 절박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사실 모바일 시장은 소상공인들에게 기회의 장이 될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못했다”며 “정부는 시장이 적자생존의 세계라고 방치할 것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는 이들을 위해 시장 변화 트렌드를 읽고 이에 대응할 수 있도록 도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