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금융기관 연쇄접촉 추경절벽에 기업 氣살리기 은행권 대출확대 협조 당부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의 국회 처리가 장기간 지연되면서 당초 기대했던 추경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진 가운데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기업 및 금융기관들과 연쇄적으로 만나면서 경제활력의 해법 찾기에 주력하고 있다. 민간 부문의 현장애로를 청취해 정책에 반영함으로써 투자 분위기를 북돋우는 등 기업들의 기(氣)를 살리기 위한 행보다.
이런 행보는 특히 지난주말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과 경제수석 등 청와대 정책 라인이 바뀐 후 경제부총리 교체설이 나오는 어수선한 상황에서 경제 정책을 흔들림없이 추진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미중 무역전쟁의 파장과 수출ㆍ투자의 동반 감소 등 경제 하방 리스크가 증대되는 가운데 추경까지 장기 표류하고 있어 이젠 대기업들의 협조와 역할에 기대를 거는 모습이다.
25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홍 부총리는 지난 13일 석유화학 업계를 시작으로 24일에는 시중은행장, 25일에는 자동차 업계 대표들과 만나 현장애로를 청취하고 투자확대와 경제활력을 위한 협조를 당부하는 등 접촉면을 넓히고 있다. 지난해 12월 취임 이후 어려움을 겪는 수출 중소기업과 벤처ㆍ소상공인 등과 만나 현장애로의 해소와 세제 등 지원 방침을 밝혔던 것과 달라진 모습이다.
시중은행장들에게는 성장성과 기술력이 있는 중기ㆍ벤처 등에 대한 금융지원 확대를 요청하고, 대기업들과의 만남에서는 투자애로 해소와 세제 등의 지원 방침을 밝히면서 대규모 투자 계획을 끌어내는 등 경제활력을 높이기 위한 협력을 다짐받고 있다.
홍 부총리는 24일 오후 서울 중구 뱅커스클럽에서 열린 은행연합회 초청 은행장 간담회에서 은행장들에게 중소기업 대출 확대 등 경제활력을 위한 협조를 당부했다. 홍 부총리는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경제활력을 위해 은행권에서 협조해줬으면 좋겠다고 했 다”며 “중소기업이 힘들어하니 은행권이 담보가 부족해도 성장성과 기술을 보고 대출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은행 속성상 대출 융자가 중심이나 벤처, 신산업이 많이 이뤄지는 만큼 투자도 신경을 써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앞서 13일 울산에서 열린 석유화학 업계 간담회에선 유화업계가 2023년까지 14조5000억원 규모의 국내 투자 프로젝트 계획을 밝히고, 홍 부총리는 업계의 투자애로 해소 등 지원 방침을 밝혔다. 홍 부총리는 “미중 무역갈등과 대(對)이란 제재 예외조치 해제로 석유화학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됐다”며 “(애로 해소를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부분은 최우선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러한 홍 부총리의 행보는 안팎으로 막혀 있는 경제의 활로를 뚫기 위해선 대기업들의 협조가 긴요하기 때문이다. 대내적으로는 국회 파행으로 6조7000억원 규모의 추경과 각종 경제활력 법안들이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고, 대외적으로는 미중 무역전쟁과 보호무역주의, 반도체 단가 하락 등으로 수출이 6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보이는 등 경제 하방압력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기재부는 업계의 요구를 당초 이번주에서 다음주로 연기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담고 업종별 대책에도 반영할 계획이다.
이해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