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칼 지분 4.3% 매입…델타항공, 한진칼 ‘백기사’로 나서나

- 한진칼 지분 4.3% 매입 - 델타 “조인트벤처 관계 강화 차원…향후 10%까지 확대” - 업계 “20년간 관계 고려 우군 자처“…경영권 분쟁 새국면 [헤럴드경제=이정환 기자] 미국의 델타항공이 한진칼 지분을 매입하면서 한진칼 경영권 분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 들었다.

델타항공이 한진칼의 ‘백기사’로 사실상 나서면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사모펀드 KCGI와의 경영권 분쟁에서 청신호가 켜졌다.

이렇게되면 경영권 분쟁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대한항공과 한진칼의 주가는 21일 장 시작과 함께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미국 델타항공은 대한항공의 최대 주주인 한진칼의 지분 4.3%를 매입했다고 밝혔다.

에드 바스티안 델타항공 CEO는 “대한항공과 우리는 최강의 네트워크, 최고의 서비스 및 미국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최상의 경험을 제공 할 비전을 가지고 있다”며 “이것은 이미 우리의 가장 빠른 통합 및 성공적인 파트너십 중 하나이며 이 투자는 합작 투자의 가치를 기반으로 계속해서 우리 관계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정부의 규제 승인을 얻은 후 한진칼 지분을 10%까지 늘릴 계획”이라고도 했다.

델타항공의 한진칼 지분 매입과 관련 조인트벤처 관계를 더 강화하기 위함이라는 표면적인 이유를 내웠지만 KCGI로부터 경영권을 위협받고 있는 조 회장을 지원하는 조치로 항공업계는 분석했다.

델타항공은 고(故) 조양호 회장 시절부터 대한항공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왔다. 지난 2000년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은 19개 글로벌 항공사 등과 함께 동맹체인 ‘스카이팀’을 결성했다. 또 작년 5월에는 양사가 양국간 직항 13개 노선과 370여개 지방도시 노선을 함께 운항하는 조인트벤처도 설립했다.

항공사 간 조인트벤처는 두 개 이상의 항공사가 마치 한 회사처럼 출발ㆍ도착 시각 및 운항편 조정을 통해 스케줄을 최적화하고, 마케팅ㆍ영업활동을 공동으로 펼치는 가장 높은 수준의 협력 단계로 꼽힌다.

20년 가까이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오던 델타항공이 한진칼 경영권 분쟁으로 어려움에 빠진 조 회장의 ‘백기사’로 나섰다는 관측이 여기에서 나왔다.

현재 고 조양호 회장의 지분을 포함한 특수관계인 지분은 28.93%에 달한다. 여기에 델타항공 지분 4.3%를 더하면 33.23%다.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KCGI의 열세다. 만약 델타항공의 계획처럼 10%까지 지분을 늘리면 조 회장의 우호지분은 38.93%에 달해 사실상 이번 경영권 분쟁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델타항공이 조인트벤처 파트너사인 대한항공의 경영권 안정을 위해 한진칼 지분을 매입한 것으로 짐작된다”며 “향후 한진그룹과 델타항공간의 관계는 더욱 돈독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