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낙태 리포트 ‘24주도 가능’…병원 브로커도 성행

‘남자친구랑 잔 것부터가 이해가 안되네요.’

한 여고생이 자신의 임신 고민 글을 온라인에 올리자 댓글로 달린 내용이다. 질문자는 “부모님에게도 말하지 못하겠다”면서 고민을 털어놨으나, 답변자는 “부모님을 속이면서까지 남자친구와 자고 싶었냐”고 꼬집었다. 인터넷 공간은 가장 손쉬운 상담창구다. 수많은 임신 청소년들은 절박한 마음으로 비공개 상담글을 올리며 도움을 청했다. 그러나 실질적인 정보를 얻기는 힘들었고, 청소년을 비난하거나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제공하는 글로 넘쳐났다.

실제 본지 기자가 네이버 지식인에 ‘임신을 해서 걱정이다. 낙태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상담글을 올려봤다. 해당 글에는 순식간에 수개의 답변이 달렸다. 부모님에게 말해야 한다고 진심 어린 조언을 해주는 사람도 있었지만, 글을 올린이를 비난하거나 공포심을 돋우는 이들도 있었다. 학교를 다녀야 하는데 임신중절을 해야 할지 고민된다는 글에는 “어차피 학교에서 쫓겨날 것”이라고 추궁하는 이도 있었다.

정확하지 않은 정보도 다수였다. ‘사후 피임약을 먹을 때는 유산균을 먹으면 안된다’, ‘지금이라도 사후피임약을 먹으면 아이가 지워진다’, ‘한번 낙태를 하면 다음에 임신이 어렵게 된다’, ‘배를 발로 차면 낙태된다’ 등 잘못된 지식이 수없이 올라왔다. 미성년자인 청소년이 임신과 낙태에 대한 정보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같은 정보를 그대로 믿을 가능성도 있었다. 실제 네이버 지식인에 임신 고민 글을 올린 한 청소년은 취재진에게 “며칠 전 공포영화를 봤는데 정말 깜짝 놀랐다. 산모가 급격한 충격을 받으면 애가 떨어진다고 하는데 사실이느냐”고 묻기도 했다.

본지 기자가 작성한 ‘고민글’에는 산부인과 병원 브로커들이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산부인과 병원 영업 이메일도 접수됐다. 한 브로커는 “임신 주수가 긴 산모도 수술이 가능하다”며 병원 사진과 연락처를 남겼다. 기자가 해당 연락처에 직접 전화를 해보니 “최대 24주까지 임신중절 수술이 가능하고 20주 초반의 경우 수술비용은 200만원이 넘는다. 구체적인 상담은 방문해달라”고 말했다. 다른 브로커 역시 “지역을 알려주면 근처에 있는 병원을 소개해주겠다”고 했다. 유의할 점을 묻자 “현행법상 수술이 불법이기 때문에 기록이 남지 않게 현금을 준비해달라”는 답이 돌아왔다.

청소년들은 학교나 가족에게도 말 못하는 상황에서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불확실한 정보에 의지해야 하는 상황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여자친구가 임신을 했을까봐 두렵다는 한모(19) 군은 “막막한 마음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인터넷에 글을 올렸지만 장난을 치거나 무작정 비난하는 사람들 때문에 상처만 받았다”며 “어디에 도움을 청해야 할지 모른 채 여자친구와 매일 답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정세희 기자/s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