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명 중 3~4명 걸리는 희귀 질환 춘곤증과 혼동…우울증 등 증상 다양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는 봄에는 꾸벅꾸벅 몰려오는 졸음을 참기 어렵다. 몸이 나른하고 기운도 없다. 이때 만성 피로 증후군을 의심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병은 감기처럼 쉽게 걸리는 질환이 아니다. 춘곤증과 혼동해서도 안 된다. 자신의 생활 습관과 몸 상태를 우선 점검해 본 뒤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없을 정도의 피곤함이 6개월 이상 지속됐을 때에만 만성 피로 증후군을 의심하고 병원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흔히 피곤을 느끼는 날이 며칠 혹은 몇 주 이상 이어지면 만성 피로 증후군인 것 같다고 말하는 사람을 가끔 볼 수 있다. 만성 피로 증후군을 병명 그대로 만성적으로 피로하다 느끼는 질환으로 오인한 까닭이다. 그러나 만성 피로 증후군은 1000명 중에 3~4명이 걸릴까 말까 한 희귀한 질환이다.
만성 피로 증후군의 원래 명칭은 양성 근통성 뇌척수염으로, 1978년 미국에서 만성 피로 증후군이라는 이름으로 바꿔 부르기 시작했다. 병명 자체는 가볍게 느껴지지만, 실제로 이 병은 원인도 불분명하고 증상도 다양한 참 어려운 질병이다.
▶“학교ㆍ회사 못 다닐 정도의 피곤함이 6개월 이상 지속돼야”=만성 피로 증후군에서 ‘피곤함’은 병을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다. 이 피곤함의 정도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느끼는 피로와 다르다. 피곤하지만 일을 할 수 있고, 걸어다닐 수 있고, 친구를 만날 수 있다면 만성 피로 증후군이 아니다.
이에 대해 김철환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도저히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없을 정도의 피곤함이 6개월 이상 지속됐을 때에만 만성 피로 증후군을 의심해볼 수 있다”며 “학생은 학업을 할 수 없을 정도, 직장인은 회사를 다닐 수 없을 정도의 피곤함”이라고 설명했다.
만성 피로 증후군을 어려운 질병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원인이 불분명할 뿐더러 증상도 무척 다양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피로, 무기력함과 함께 두통을 호소하고, 우울증을 동반하기도 한다. 지속적으로 목이 아프거나 관절통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진단도 어렵고 치료도 어려운 질병이다. 만성 피로 증후군에 의한 통증과 다른 질병에 의한 통증을 각각 구분하려면 통증과 질병의 연관성을 보면 된다. 다른 질병에 의한 통증은 그 병을 치료하면 병이 호전된다.
그러나 만성 피로 증후군의 경우 하나의 증상을 치료해도 다른 증상들이 남아 있게 된다. 예를 들어 우울증 환자도 피로나 무기력함을 느낀다. 하지만 우울증을 치료하면 그런 증상이 사라진다. 반면 만성 피로 증후군으로 우울증 증상을 느끼는 환자는 우울증을 치료한다고 해도 다른 증상이 남아 있다. 우울증은 치료됐지만 남아 있는 다른 증상이 계속 통증을 유발하게 된다.
▶스트레스도 만성 피로 증후군 악화시켜=만성 피로 증후군은 환자마다 증상이 다르기 때문에 복합적인 증상들이 호전될 수 있도록 다양한 치료법을 실시한다. 약물ㆍ주사 요법, 면담을 통한 생활 습관의 개선까지 동반됐을 때 효과가 있다.
만성 피로 증후군은 단순히 약물로 치료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다른 어떤 병보다 환자의 의지가 중요하다. 김 교수는 “만성 피로 증후군 치료에 특효약이란 없다”며 “긍정적 사고로 의사의 처방을 믿고 병을 극복하기 위해 환자 스스로 노력해야만 증상이 빨리 호전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스트레스는 이 병을 악화시키는 주된 요인이기 때문에 주변 상황을 편안하게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만성 피로 증후군이 의심된다면 최대한 빨리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치료하기까지 과정이 녹록하지 않지만, 발병 후 빨리 병원을 찾은 사람이 예후가 좋은 편이다. 만성 피로 증후군은 원인을 알 수 없기 때문에 특별한 예방법도 없다. 다만 흔히 발병하는 질병이 아니기 때문에 지레짐작해 염려할 필요는 없다. 피로함 자체가 만성 피로 증후군을 판별하는 기준이 아니기 때문에 일상적 피로를 만성 피로 증후군과 연결시키지 않아도 된다.
피곤한 날이 며칠씩 지속된다면 만성 피로 증후군을 의심하기 전에 일상을 돌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 교수는 “생활 습관 중 피로를 유발할 수 있는 나쁜 습관이 있다면 건전하게 바꾸기를 권한다. 일상생활을 긍정적으로 바꿔 나가고자 하는 의지가 중요하다”며 “땀나게 걷는 것만으로도 피로가 한달음에 달아날 수 있다”고 충고했다.
신상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