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 연설서 “역내 통합강화” 외교로 지지율 반등 돌파구 마련
그리스를 방문 중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유럽연합(EU) 재건을 주도하겠다며 리더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국정 지지율이 30%대로 바닥을 친 가운데, 자신의 장기인 외교무대에서 존재감 과시로 돌파구를 찾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7일(현지시간) 마크롱 대통령은 프로코피스 파블로풀로스 그리스 대통령과 정상회담 후 아테네 프닉스언덕에서 유럽 미래와 민주주의 가치에 대한 연설에 나섰다. 이날 마크롱이 연설한 프닉스 언덕은 고대 아테네 민주주의 발상지로 알려져 의미를 더했다. 이곳에서 연설 기회를 얻은 프랑스 대통령은 그가 유일하다.
이날 연설에서 마크롱 대통령은 “오늘날 유럽에서는 주권, 민주주의 및 신뢰가 위험에 처해 있다”며 “우리는 유럽을 재건할 힘을 찾아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진정한 자주권은 각국의 힘을 합쳐 유럽을 통해서만 완성될 수 있다”며 취임 당시부터 주장해온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통합 강화를 거듭 주장했다. 유로존 국가들을 향해 “최대의 야망(maximum ambition)”을 갖고 공동예산 조성과 재무장관(예산 관리자) 채택에 함께 나서줄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마크롱 대통령은 몇달 내 EU 재건 로드맵을 내놓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그는 24일 독일 총선을 앞둔 시점을 의식해 유로존 및 EU 개혁 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선거 후 들어설 새 정부가 마크롱의 아이디어를 얼마나 지지할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라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마크롱은 그간 유럽 위기를 해결할 리더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지난 6월 취임 직후 유럽통합 뿐 아니라 환경과 같은 이슈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며 국제무대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아테네 연설도 이 같은 유럽 리더 굳히기 행보의 일환으로 보인다. 또한 이날 연설이 노동법 개정, 고용규제 완화 등 시장지향 정책에 회의적인 국내 여론층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한 것이라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지난 4일 여론조사기업 유거브 프랑스가 지난달 28~29일 성인 1003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결과 마크롱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긍정적으로 본다는 응답은 30%에 불과했다. 이는 한달 전보다 6%포인트 떨어진 것이다. 지난 5월 취임 직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60% 중후반을 보였던 마크롱의 국정운영 지지율은 4개월 차에 절반도 안 되는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는 역대 프랑스 대통령들의 취임 후 같은 시기와 비교해도 최저 수준이라고 현지 언론은 지적했다.
이혜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