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다잉’에 대한 공감대 확산 ‘나만의 장례·공양문화’도 관심 QR코드 묘비·불경읽는 로봇 등 다양한 상품·서비스 창출 기회로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일본에선 존엄한 죽음을 맞겠다는 ‘웰다잉(well-dying)’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최근엔 자신의 장례를 직접 계획하고 준비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이로 인해 ‘슈카스(終活ㆍ임종을 준비하는 활동)산업’, 이른바 ‘엔딩산업’이 각광받고 있다고 NHK 등 일본 언론이 최근 전했다.
지난달 23일부터 25일까지 일본 도쿄 빅사이트에선 장례 및 공양(供養) 전문 박람회인 ‘엔딩산업전’이 열렸다. 올해로 3회째를 맞은 이 행사는 “자신 만의 장례식과 공양을 찾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사흘 간 방문객 2만5000여 명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참여업체도 작년보다 40여 곳 늘어난 320개 사로 엔딩산업에 대한 높은 관심을 입증했다.
특히 올해는 첨단기술을 활용한 서비스가 주목받았다. 묘비 등에 부착하는 QR코드 상품은 스마트폰으로 스캔하면 고인의 사진이나 생애이력 등을 열람할 수 있다. 업체 관계자는 “성묘 때 어린 손주들에게 ‘할머니가 이런 사람이었다’고 알려줄 수 있고, 추억을 얘기하면서 고인을 더 가깝게 느낄 수 있다”고 소개했다. 판매 1달 만에 주문이 200건 이상 들어왔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이 밖에도 사람 대신 목탁을 치며 불경을 읊는 로봇, 시들지 않는 얼음꽃으로 장식한 유골함 등도 전시됐다. 유골을 전용 로켓으로 우주에 보내거나, 화장한 뼛가루로 다이아몬드를 만드는 등 기존 무덤이 필요하지 않은 상품 아이디어도 관심을 모았다.
일본에서는 지난 2005년 사망자 수가 출생아를 앞지르기 시작했다. 2007년 이후로는 연간 사망자 수가 매년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업계는 사망인구 증가 추세에 따른 수요 확대를 예상하면서, 엔딩산업을 “숨겨진 성장 산업”으로 평가했다.
사회 고령화와 맞물려 임종 준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엔딩산업의 성장 배경이다. NHK는 “자신이 살아온 궤적을 남기고 싶고, 자신 만의 장례식을 원하는 욕구가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엔딩산업전 실행위원회 다케시 사사키 사무총장은 “장례식이나 공양도 개성을 추구하는 시대로 바뀌고 있어, 엔딩산업의 비즈니스 기회가 점점 늘고있다”고 말했다.
엔딩산업은 타업종에도 활력을 전파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NHK는 지적했다. 불경읊는 로봇을 선보인 업체 측은 제조업 부진으로 새로운 분야 진출을 고민하던 중 장례용 상품을 선보였다. 이를 계기로 업체는 장례식을 인터넷으로 생중계하는 서비스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도로 포장 및 건물 수리 전문인 한 건설업체는 무덤 청소와 오염방지 코팅 서비스 등으로 엔딩산업에 진출했다.
다만 일본에서 장례비용 자체는 줄고있는 추세다. 일본 경제산업성 자료에 따르면 2006년 152만1000엔이었던 평균 장례비용은 2016년 142만6000엔으로 10년새 약 6% 감소했다. 일본 장례문화학회 후쿠다 미츠루 회장은 “인터넷으로 가격 비교도 용이해졌고, 장례를 간소하게 치르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엔딩산업전 관계자는 “사망자가 늘고 있기 때문에 엔딩산업 성장을 낙관만 할 게 아니라, 보다 다양한 요구에 부응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혜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