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잃어버린 20년 겪은 일본과 유사한 경제 패턴 보여 -생산성 향상 중요…출산율 제고, 구조조정 고삐 늦추지 않아야… [헤럴드경제=황유진 기자]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은 지난해 3분기 0.6%보다 0.2%포인트 떨어진 0.4%를 기록했다. 이는 1년 6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연간 경제성장률도 2.7%에 그쳐 2년 연속 2%대 중후반에 머물렀다. 저성장 장기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24일 IMF는 ‘한국이 직면하게 될 도전, 일본의 경험에서 얻는 교훈(Korea’s Challenges Ahead-Lessons from Japan’s Experience)’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간해 한국이 ‘잃어버린 20년’을 지나온 일본에서 교훈을 얻을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빠른 속도로 전개되는 고령화 추세, 잠재성장률 하락, 인플레이션 둔화 등 한국이 직면한 경제 여건이 과거 일본이 겪은 패턴과 유사한 추이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은 1990년대 초 주식시장 및 부동산시장 버블이 붕괴되면서 시작돼 일본은 이후 본격적인 성장률 정체기를 맞았다. 일본의 경제성장률은 1973년 오일쇼크 이후 평균 4%대를 기록했으나 1991년부터 1994년 사이 평균 1.5%까지 추락했다. 이어 1997년 금융위기와 2000년 3월 발생한 글로벌 닷컴 버블 붕괴는 일본 경기를 최악으로 치닫게 했다. 가까스로 회복기에 접어들었다는 안도감도 잠시, 일본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해 장기간 저성장 터널에 머물렀다.
보고서는 외부 충격에 의한 영향이 컸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한국의 내부 경제 여건이 일본의 당시 상황과 닮아 있다는 점에서 한국이 ‘긴장감’을 늦추지 않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IMF는 “2012~2015년 사이 한국의 인플레이션율 하락은 생산가능인구 감소, 원유가격 급락, 그리고 인구 고령화에 기인한 것이며 세계화로 인한 영향은 미미하다”면서 “인구고령화와 생산가능인구 감소는 한국의 인플레이션에 하방 압력을 가해 향후 5년간 0.3%포인트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과거 일본과 현재 한국의 다른 점으로 한국의 근원인플레이션이 소비자물가상승률보다 높게 유지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때문에 한국의 인플레이션이 낮은 수준이라해도 디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또, 상대적으로 한국의 기업들이 당시 일본 기업보다 건정성이 우수하다해도 부실기업 구조조정에 속도를 늦춰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IMF는 한국이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통해 일관된 구조조정을 펼쳐나면서 그 부작용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IMF는 “일본 기업의 구조조정 지연은 장기간 성장 정체에 큰 영향을 미쳤다”면서 “생산활동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생산성 향상과 출산율 제고를 위한 노력은 성장률 하방을 떠받치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