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연구원 등 내년 경기 암울한 전망 세계 국가전략기술 120개중 한국 보유 ‘0’

수출이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이면서 올해도 무역 1조 달러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내년 경제는 올해보다 더 안 좋아질 것이란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특검에 조기대선까지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정치권 혼란으로 한국경제의 반등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산업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본격화될 보호무역주의와 세계교역 부진 등 대외악재로 인해 내년 수출과 수입이 각각 5007억 달러, 4150억 달러에 그쳐 3년 연속 무역 1조 달러 달성 목표가 물건너 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더욱이 한국 경제는 중국에 쫒기고, 선진국에 치이는 진퇴양난의 위기국면에 빠졌다.

전경련과 산업연구원, 현대경제원 등의 내년도 산업별 경기전망에 따르면 국내 주력산업의 절반 이상이 내년에 뒷걸음질 할 것으로 예상됐다. 긍정적인 전망은 전자, 철강산업 등에 그쳤다. 건설은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감소와 부동산 규제 여파로, 자동차산업은 신흥시장의 경기침체 여파로 각각 성장률 둔화가 점쳐졌다. 또 석유화학산업은 유가인상에도 불구하고, 내년 하반기로 갈수록 수요둔화와 공급증가 현상이 나타나 전망이 어두울 것으로 전망됐다.

여기다 글로벌 경쟁 격화 현상은 한국 경제의 가장 큰 위협이다. 중국업체들의 경쟁력 강화와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나타날 미국 제조업 강화정책이 우리 주력산업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산업연구원은 내년에 국내 12개 주력산업이 이전보다 격화된 글로벌 경쟁에 노출될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한국은 올해 2분기 기준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삼성 22.3%로, 애플(12.9%)을 큰 차이로 앞서고 있지만 중국의 3대 메이커(화웨이·오포·샤오미)가 점유율을 18.8%까지 끌어올리면서 미래를 장담하기 어려운 국면에 놓여있다.

트럼프 정부가 출범하는 내년에는 경쟁우위에 있는 자동차, 철강, 정유, 정보통신기기, 반도체산업도 거센 도전을 받게 될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과 일본 기업들이 가격경쟁력과 기술력을 앞세워 맹추격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국내 13대 수출품목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2011년 5.74%에서 2015년 5.33%로 줄어든 것도 같은 맥락이다.

송원근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중국은 이전에는 가격경쟁력에서만 우위에 있었으나 이제 기술격차를 상당히 줄였고, 일본은 기술력만 다소 앞섰지만 이제 엔저 이후 가격경쟁력도 갖추게 됐다”며 “이래저래 한국은 경쟁력을 잃는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경련이 최근 국내 주요 업종별 단체 30곳을 대상으로 한ㆍ중ㆍ일 경쟁력을 비교 조사한 바에 따르면 조사대상 중 21곳이 중국에 가격경쟁력이 밀린다고 답했으며 19곳은 기술력에서도 이미 추월당했거나 3년 이내 추월당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또 13곳은 일본의 경쟁기업보다 기술력이 모자란다고 답했고, 14곳은 일본 기업과 가격경쟁력이 비슷하거나 열세에 있다고 밝혔다.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넛 크래커’로의 전락을 우려한 위기의식이 반영된 설문 결과였다.

한편 한국은 미래 먹거리산업에서조차 아직 준비가 덜 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중국과의 기술격차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 매년 조사하는 ‘기술수준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미래를 책임질 국가전략기술 120개 중 우리나라가 보유한 세계 최고 기술은 하나도 없었다. 반면 미국은 97개, EU 13개, 일본 9개, 중국 1개로 조사됐다.

윤재섭 기자/